철도 파업 장기화땐 교통·화물 대란 우려

입력 2019-11-20 14:49
전국철도노조가 ‘4조 2교대’ 근무제 도입을 위한 인력 4000명 충원 등을 요구하며 20일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간 가운데 대전 한국철도공사 본사 앞에서 파업출정식을 갖고 있다. 노조는 이날 대전 출정식에 1000여명의 노조원들이 참여한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홍성헌 기자

전국철도노조가 ‘4조 2교대’ 근무제 도입을 위한 인력 4000명 충원 등을 요구하며 20일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서울역과 대전역 등 전국 주요역에서는 파업에 따른 열차 감축 운행 여파로 승객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인파가 몰린 첫날 출근시간대는 수도권 전철 운행이 취소되지 않아 큰 혼란은 없었지만 둘째 날부터는 교통 혼잡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대전역에서는 장애인 전용 발권 창구 운영 중지를 알리는 안내문이 붙었다. 역사 전광판에는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이 중지된다’는 내용이 공지됐고 같은 내용의 안내도 수시로 방송됐다. 파업으로 발권 창고를 축소하니 자동발매기가 스마트폰 앱 코레일톡을 이용해 달라는 현수막도 내걸렸다.

시민들은 코레일이 게시한 ‘운행중지 열차 목록’과 출발 안내 전광판을 유심히 살피는 모습이었다. 매표창구나 안내소에도 자신이 예매한 열차가 정상적으로 출발하는지 묻는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철도 이용객들은 파업이 장기화하면 교통 대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걱정했다. 대전역에서 울산행 KTX 열차를 기다리던 승객 김모(50)씨는 “무인발권기를 통해 기차표를 다행히 예매했는데 파업이 길어지면 표 구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시민 신모(34)씨도 “서울역에서 표가 없어 추가요금을 내고 입석으로 대전으로 내려왔다”며 “원하는 시간에 열차가 없어 불편하다”고 전했다.

파업으로 KTX와 광역전철, 새마을호·무궁화호 등 여객열차와 화물열차가 30∼70% 정도 감축 운행할 수밖에 없어 출퇴근 시간대 극심한 교통혼잡이 우려된다. 대입 수시 논술과 면접고사 등을 앞둔 수험생, 특히 철도를 이용해 상경하려는 지방 수험생들의 불편도 클 전망이다.

화물 운송에도 차질이 예상된다. 시멘트 업체가 몰려있는 충북지역의 경우 물류 수송에 큰 타격이 우려되고 있다. 파업 기간 화물열차는 평시 대비 31%로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철도노조의 무기한 총파업이 예고되면서 시멘트 업체들은 군포, 수색, 광운대역 등 수도권 철도기지창에 마련된 저장소(silo)에 최대한의 재고를 비축하는 등 대비책 마련에 나섰다. 당장 파업에 따른 피해는 없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저장소의 재고 물량이 바닥나 전국 각지에 시멘트 공급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업계는 우려한다.

한일시멘트 관계자는 “철도 파업이 장기화할 것에 대비해 BCT(벌크 트레일러), 벌크트럭 등 육송으로 대체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며 “파업이 5일 이상 지속하면 시멘트 공급의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말했다.

성신양회 관계자도 “파업이 길어지면 물량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철도를 대신할 대체 수송 수단을 찾아야 하는 만큼 운송비 부담도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전했다.

철도노조는 4조 2교대제 도입을 위한 인력 4000명 충원 , 총인건비 정상화(임금 4% 인상) ,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임금 수준 개선.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SR과 연내 통합 등을 요구하며 이날 오전 9시 무기한 총파업에 들어갔다.

대전=글 사진 홍성헌 기자 adh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