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인권법’ 美中 충돌…트럼프 거부권 가능성도

입력 2019-11-20 12:33
美상원, 만장일치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 통과
홍콩 경찰에 최루탄 등 수출금지법안도 가결
로이터통신, “미중협상 악영향 우려에 트럼프 법안 서명 결정 안돼”
中 “내정간섭. 美 고집대로 하면 단호히 반격”


미국 상원은 19일(현지시간) 만장일치로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통과시켰다. 무역분쟁을 겪고 있는 미·중 사이에 인권 문제라는 돌발변수가 추가된 것이다. 중국 외교부는 내정간섭이라며 미국이 이 법안을 중단하지 않으면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시위대가 지난 17일 홍콩 이공대 캠퍼스에서 방독면과 우산 등으로 최루탄을 막고 있다. AP뉴시스

로이터통신은 트럼프 대통령이 상원이 통과시킨 이 법안에 서명할지, 거부권을 행사할지 여부가 결정되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위해 거부권을 행사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여당인 공화당 상원의원들도 홍콩 인권법안에 전원 찬성하면서 만장일치로 통과시킨 것은 의미가 크다. 트럼프 행정부에게 강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원의 가결에 앞서 미 하원도 지닌달 15일 ‘홍콩 인권·민주주의 법안’을 별도의 만장일치로 통과시켰다. 상·하원은 양 법안의 차이점을 조율한 뒤 최종안을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낼 예정이다.

로이터통신은 익명의 당국자를 인용해 이 법안의 상원 통과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참모들 사이에 격렬한 토론이 벌어질 수 있다고 전했다. 홍콩 인권법안이 미·중 무역협상 타결을 힘들게 만들 것이라는 비판론과 홍콩 인권을 탄압하는 중국에 분명한 입장을 취할 때가 왔다는 주장이 맞서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법안 서명이냐, 거부권이냐는 선택에 놓인 것이다.

상원은 이날 또 최루탄과 최루액(페퍼 스프레이), 고무탄, 전기충격 등 시위 진압 물품을 홍콩 경찰에 수출하는 것을 금지하는 법안을 통과시켰다.

미 상원은 궁극적으로 올해 말 통과 예정인 국방수권법(NDAA) 개정을 기대하고 있다. 이 법안이 개정되면 미 국무부는 최소 1년에 한 번, 미국이 홍콩에게 부여한 특별지위인 세계금융센터의 역할을 유지할 수 있는 충분한 자치권을 행사하고 있는지 확인해야 한다. 또 홍콩 인권 탄압에 책임이 있는 인사들에 대해 미국 입국 금지 등 제재 조치를 취할 수 있다. 미국은 1997년 중국에 반환된 이후에도 홍콩을 특별 대우해왔다.

홍콩 인권법안 통과 이후 척 슈머 민주당 상원 원내대표는 “우리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홍콩이든, 중국 북서부 지방이든, 다른 어느 곳이든, 당신의 자유 억압은 받아들여질 수 없다는 메시지를 보냈다”고 말했다. 슈머 원내대표는 이어 “홍콩 시민들을 무자비하게 대한다면 당신(시 주석)은 위대한 지도자가 될 수 없고, 중국은 위대한 나라가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중국은 강력 반발했다.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20일 성명을 내고 “미국 상원이 법안을 통과시켜 홍콩에 공공연히 개입하고 중국 내정에 간섭한 것에 대해 중국은 강력히 규탄하며 반대한다”고 주장했다.

겅 대변인은 또 미국을 향해 “벼랑 끝에서 말 고삐를 잡으라”고 촉구하면서 “즉시 해당 법안의 입법을 막기 위한 조치를 하고 내정 간섭을 중단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만약 미국이 말을 듣지 않고 고집대로 한다면 중국은 반드시 강력한 조치로 단호히 반격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홍콩 인권법안을 둘러싼 미·중의 충돌은 양국 무역협상에 악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백악관 각료회의를 앞두고 “중국은, 내가 좋아하는 합의를 해야 할 것”이라며 “그들이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걸로 끝”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만약 우리가 중국과 합의하지 않는다면 나는 그저 관세를 더 높일 것"이라고 압박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