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차는 없고, 표 사긴 어렵고…” 철도파업에 시민들 발동동

입력 2019-11-20 12:06
한 시민이 철도노조가 총파업에 돌입한 20일 서울역 대합실에서 열차 운행 취소 전광판을 본 뒤 머리를 긁적이고 있다. 최현규 기자

철도노조가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한 첫날 KTX를 비롯한 여객열차들이 줄줄이 운행 중지되면서 서울역을 이용하는 시민들은 곳곳에서 크고 작은 불편함을 겪었다. 한국철도공사는 “파업으로 국민들에게 불편함을 드려 죄송하다”고 공식 사과했다.

20일 오전 8시 서울 용산구 서울역 대합실은 파업 여파로 평소보다 어수선했다. 전광판에는 ‘철도노조 파업으로 일부 열차 운행중지’ ‘열차 이용에 불편을 드려 죄송하다’는 안내 문구가 떠 있었다. 역사 내 배치된 알림판엔 파업 기간 운행이 중단되는 총 110편(상·하행 포함)의 열차 목록이 안내됐다.

철도공사 관계자는 “파업 기간 KTX는 평소 대비 68.9%, 새마을호·무궁화호 등 일반열차는 각각 58.3%·62.5%, 화물열차는 31% 수준으로 운행하되 긴급화물과 수출입 물량을 우선 수송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전 9시 이후 운행 취소된 열차가 늘어나면서 시민들의 발걸음도 분주해졌다. 9시5분 출발 예정이던 마산행 KTX를 시작으로 부산·강릉행 KTX, 부산행 무궁화호 등 한 시간 사이 4편의 열차가 운행 중지됐다. 이에 시민들이 이용할 수 있는 열차는 줄고, 표가 매진되는 속도 역시 빨라졌다.

김혜숙(64)씨는 “9시25분 동대구행 KTX를 타려고 했는데 좌석이 동나서 10시 이후 차표를 끊었다. 혹시 원래 타려던 열차에 입석이 나는지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파업에는 철도노조뿐 아니라 코레일관광개발, 코레일네트웍스 등 철도공사 자회사 노조도 함께 참여했다. 열차 안내, 발권 업무를 담당하는 인력도 줄어 관련 업무에도 차질이 빚어졌다. 이날 서울역 매표창구는 12곳 중 3곳만 정상 운영됐다. 시민들은 표를 끊는데 20분 이상을 기다려야 했다. ‘다른 창구를 추가로 열었으니 이용해 달라’는 안내방송도 흘러나왔다.

평소 출장을 자주 다닌다는 직장인 박준영(36)씨는 “확실히 평소보다 매표창구가 덜 열리다 보니 표를 끊는데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졌다”며 “파업인 줄 알았으면 더 일찍 나올 걸 그랬다. 예상보다 도착시간이 늦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철도공사는 오전 9시 이전 출근시간대 1·3·4호선 등 광역전철 운행률 100%, 출근시간 이후에는 평시 대비 82%로 운행했다. 광역전철 이용객들은 큰 불편함을 호소하지 않았다. 다만 철도파업과는 별개로 오전 8시쯤 4호선 남태령역에서 배선 등 전류 문제로 열차가 고장나 승객이 모두 하차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에 인근 지하철역에서도 열차 지연이 생겼다. 21일부터는 출근시간대 광역전철 운행률이 92.5%, 퇴근시간대는 84%로 떨어진다. 광역전철 또는 지하철을 이용하는 시민들의 출·퇴근길도 다소 혼잡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손병석 한국철도공사 사장이 20일 서울 용산구 한국철도공사 서울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최현규 기자

손병석 철도공사 사장은 용산구 한국철도공사 서울 사옥에서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했다. 손 사장은 “노사가 30여 차례 교섭을 진행했으나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국민들께 걱정과 불편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며 “모든 자원을 동원해 최대한 안전하게 열차를 운행하고, 이번 사태를 빠른 시일 내 해결하겠다”고 말했다.

철도노조는 오전 4시부터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했다. 2016년 9∼12월(74일) 이후 3년 만의 장기파업이다. 철도노조는 내년 4조 2교대 근무를 위한 인력 4000명 충원, 총인건비 정상화(임금 4% 인상), 생명안전업무 정규직화와 자회사 처우 개선, 철도 공공성 강화를 위한 철도통합 등 4가지 사항을 요구하고 있다.

박구인 조민아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