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 틀린 표현 아냐…그만큼 절박해”
“보수통합, 현재로서는 전망이 밝지 않다”
김세연 자유한국당 의원이 불출마 선언을 한 지 3일이 지났다. 시간이 지나면서 ‘응원한다’는 초반의 분위기와 달리 ‘해당 행위’라는 반응이 당내에서 터져 나오는 상황이지만 김 의원은 “지금도 틀린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단호한 입장이다. 인터뷰 직전 황교안 대표가 단식을 선언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자 김 의원은 착잡한 표정을 지었다. 그러면서도 그는 “한국당이 10년에 걸친 소멸의 길을 갈 것이냐, 한 달 만에 다시 태어날 거냐 하는 기로에 서 있다”며 당 해체를 재차 강조했다.
김 의원과 국민일보의 인터뷰는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장실에서 진행됐다. 한 시간여 시간 동안 김 의원은 여러 번 말을 고르고, ‘비보도’를 요청하는 등 신중한 모습이었다. 그러면서도 당이 나아가야 할 길에 대해서는 거침없는 말을 쏟아냈다. 여의도연구원장직을 계속 수행할 것이냐는 질문에도 “자진 사임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자신이 당에 일으킨 파장을 책임지겠다는 의지가 엿보였다.
다음은 김 의원과의 일문일답.
-불출마 선언한 지 3일이 지났다.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목소리도 있던데.
=반응이 격렬한 것이 문제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저를 비판하시는 분들의 심정도 충분히 이해가 가고. 그분들을 비판할 생각은 없다. 제 관점에서 문제를 진단하고 해법을 제안한 것이고, 수용 여부에 대한 판단은 각자가 생각할 몫이라고 본다.
-불출마 선언을 하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있었나.
=하나의 단일한 사안이 결정적이라기보다는, 생각을 깊이 해야 할 일들이 연이어 발생했다. 지난 금요일 윤평중 한신대 교수의 ‘자유한국당에 고함’이란 칼럼을 보고 이제 행동이 필요할 때가 된 것이 아닌가 생각했다. 윤 교수의 칼럼과 김성찬 의원의 불출마 선언이 영향을 미쳤다.
-‘좀비’ 단어를 비롯해 표현이 심했다는 지적도 많다.
=20대 국회 들어서 몇몇 용기 있게 발언하신 의원님들은 있었지만, 18대 국회 ‘민본21’처럼 소장그룹의 활동은 전무했다. 저 혼자서 당시 민본21의 10명 이상의 몫을 혼자 해야 하겠다는 결심을 했다. 사실 통상적인 어휘로는 지금의 상황의 절박함을 보일 수 없어서 표현의 강도는 가장 높은 수준으로 했다. 그것 때문에 마음 다치신 분들이 계신다면 죄송스럽게 생각하지만 저는 그 표현이 지금도 틀린 표현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당 해체하고 꾸린다는 게 비현실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이런 근본적인 처방이 아니면 나라가 위태로워질 수 있다는 절박감에서 말씀드렸다. 그다음 수순에 대한 판단은 각자가 하시면, 그것은 국민이 평가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어떤 분들은 ‘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라’고 하는데, 절터는 좋은데 절이 회생 불가라 철거 후에 신축해야 하는 상황이라는 생각이다.
-어제 황 대표와 청년과의 대화에서 쓴소리가 많이 나왔다.
=감수성이 없고 공감 능력 없고 소통능력이 없다는 지적은 제가 항상 했던 말이다.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 아니면 이 정당은 소멸의 운명을 피할 수 없다. 두 번 정도의 총선 치르고 나면 소멸할 것이라고 보는데, 비켜야 할 정당이 비키지 않아서 그 공간을 새로운 건강한 보수정당이 들어올 공간을 열어주지 않고 막아서면 안 된다. 원초적 생존본능만 남고 외부환경 변화의 인지능력은 사실상 제로가 된 상태에서 버티면 그게 역사의 민폐가 되는 것이다. 그래서 해체밖에 답이 없다고 말한 것이다.
-보수 세력의 재건은 어떻게 해야 가능하다고 보나.
=10년에 걸친 소멸의 길을 갈 것이냐, 한 달 만에 다시 태어날 거냐는 문제 제기를 그래서 한 것이다. 새가 양쪽 날개로 날아야 하는데 한쪽 날개가 꺾인 상태로는 날 수가 없다. 그렇게 되면 대한민국 자체가 추락할 것이다.
-앞으로 어떤 역할을 할 생각인가.
=2020년 5월 29일 임기 마지막 날까지만 생각하고 이 안에 당이 거듭 태어나는 데에만 관심이 집중돼 있다. 당내 세력화 역시 구체적으로 고민해본 바는 없다.
-보수 통합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가야 한다고 보나.
=현재까지 경과만 놓고 보자면 전망은 밝지 않다. 만약에 뒤늦게라도 보수통합이 이뤄진다면 대단히 환영할만한 일이다. 다만 근거 없는 낙관론에 기대서 통합이 잘 될 거라고 보고 있다가 통합이 안 됐을 때 겪을 낭패보다는, 통합 안 됐을 때를 대비해서 강도 높고 선제적인 처방이 필요하다.
심희정 심우삼 기자 simci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