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시민, ‘허위사실 유포’ 자백? “한동훈이 보고한 것 아닌 듯”

입력 2019-11-20 11:13 수정 2019-11-21 03:13
유시민 노무현 재단 이사장이 19일 유튜브 방송 ‘알릴레오’에서 “저는 처음에 한동훈 대검 반부패부장이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조국 전 법무부 장관 내사) 자료를 주지 않았을까 추측했는데 그것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9월 같은 방송에서 ‘사전 내사설’을 주장하며 윤 총장에게 내사 자료를 건넨 인물로 한 검사장을 지목했다. 2달 전 발언을 번복한 것으로 ‘아니면 말고’ 식의 발언이 도를 넘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시민의 알릴레오 캡처

유 이사장은 19일 알릴레오 방송에서 “한 검사장이 윤 총장에게 자료를 준 것은 아닌 것 같다”며 “다른 사람이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9월 24일에는 “한 검사장이 특수부를 지휘하잖아요. 이분이 보고를 했을 것”이라며 “그때 이미 윤 총장이 ‘조국 가족은 범죄자’라는 너무 확고한 심증을 형성 한다”라고 말했다. 이른바 ‘조국 사전 내사설’이다. 당시 한 검사장은 이 발언 때문에 포털사이트 실시간 검색어 1위에 올랐다. 여권 지지자는 윤 총장과 한 검사장을 상대로 온라인상에서 ‘사이버 테러’에 가까운 비방을 했다.

유 이사장의 19일 알릴레오 방송은 2달 전 발언을 완전히 부정한 것이다. 당시 발언은 허위사실이었다는 점을 인정한 셈이다. 줄곧 주장하던 ‘사전 내사설’을 폐기한 것으로 해석된다. 검찰은 유 이사장의 내사설을 2달 전 즉각 부인했는데 유 이사장은 검찰이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이후 근거를 내놓겠다고 했지만 뚜렷한 근거는 없었다. 여권에서도 유 이사장의 내사설이 “근거가 빈약하다”고 지적했지만 조 전 장관 지지자들은 유 이사장의 발언을 근거로 윤 총장, 한 검사장 등 검찰 비판을 이어갔다.

유 이사장이 자신의 말을 번복한 것은 이뿐 만이 아니다. 그는 지난달 22일 방송에서 윤 총장이 ‘임명 불가’ 의견을 조 전 장관 지명 전에 전달했다고 말했다가 지난달 29일 말을 바꿨다. 그는 지난달 29일 방송에서 “윤 총장의 임명 불가 의견 전달 시점은 문재인 대통령이 조 전 장관을 지명했던 8월 9일과 검찰이 첫 압수수색을 했던 8월 27일 사이”라고 말했다. 임명 불가 의견 전달 시점이 조 전 장관 ‘지명 전’에서 ‘지명 후’로 바뀐 것이다. 유 이사장은 “이것(사전 내사설)으로 검찰과 핑퐁게임을 하고 싶지 않다”며 “검찰이 불법을 저지른 것도 아니다. 이 건에 대해서 더는 논쟁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유 이사장은 JTBC가 김경록 한국투자증권 PB의 인터뷰 요청을 거절했다는 발언도 했지만 결국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사과한 적도 있다. 방송에서 ‘여기자 성희롱’ 발언이 나온 것에 대해서도 유감 표명을 했었다.

그러나 유 이사장은 내사설 번복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유감 표명도 하지 않았다. 19일 방송에서도 검찰을 거듭 공격했다. 그는 “8월 9일 조 전 장관 지명 전후에는 윤 총장에게 이상한 징후가 없었다. 8월 중순에 걸쳐 윤 총장의 태도 변화가 있었다”며 “조 전 장관이 ‘코링크의 사실상 소유주다’는 정도의 내용까지 들어있는 어떤 보고서, 그것이 윤 총장에게 갔다”고 말했다. 이어 “저의 추론인데 추론을 할 수 밖에 없다”며 “탐정도 아니고 증거를 (어떻게) 내놓느냐. 검사면 내가 다 밝혀낸다”고 강조했다. 유 이사장은 “8월 중순에 윤 총장의 태도 변화를 일으킨 뭔가가 있다”며 “언젠가 장막 뒤 숨어 있는 ‘플레이어’가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근거 없는 추론으로 여권에서도 유 이사장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데 또 추론을 내놓은 것이다. 유 이사장은 이어 “검찰이 자기 체면을 지키려면, 무소불위 검찰권 행사가 정당했다고 주장하려면 조 전 장관을 잡아넣어야 된다”며 “잡아넣을 수 있는 증거를 찾고 있다”고 지적했다.

<2019년10월08일 과천=윤성호기자 cybercoc@kmib.co.kr>조국 법무부 장관이 8일 과천시 정부과천청사 법무부 브리핑룸에서 검찰개혁방안을 발표를 하기 위해 입장하고 있다.

정치권과 법조계에서는 유 이사장의 ‘음모론’이 도를 넘었다고 지적한다. 여러 가지 부분에서 본인의 추론과 추측, 판단을 섞어 마치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말하고 있다는 것이다. 조 전 장관 가족과 관련된 사모펀드 의혹은 업계 관계자 발로 8월 14일부터 보도됐다. 관련 고발장은 8월 19일 접수됐다. 유 이사장 설명대로 윤 총장의 태도 변화가 이뤄진 것이 ‘8월 중순’이라면 이미 윤 총장은 언론 보도를 통해 사모펀드 의혹을 접할 수 있었다. 당시 법조계에서는 사모펀드 의혹 보도 직후 “이것은 전형적인 불법 투자 수법”이라며 “금융조세조사부, 특수부 검사들은 보자마자 불법이라는 감이 왔을 것”는 말이 나왔다. 특별한 내사자료, 보고서가 없어도 조 전 장관 가족이 불법 투자에 연루돼 있다는 판단을 충분히 내릴 수 있는 상황이 갖춰져 있었다는 얘기다. 현재 유 이사장은 허위사실 유포 등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유 이사장은 19일 방송에서 조 전 장관의 부인인 정경심(57·구속기소) 동양대 교수의 향후 재판과 관련해 “물적 증거가 있는 게 아니라 ‘말 대 말’의 진실게임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이사장은 “(검찰이 낸) 증거가 없고 말만 있는데 행위로 입증이 안 되기 때문”이라며 “(사실관계를) 입증하기 위한 각종 증거와 증인, 증언들이 법정에 나타나게 될 것”고 내다봤다.

서울중앙지법은 정 교수 사건을 ‘적시처리 중요사건’으로 지정했다. 적시처리 중요사건은 다른 사건보다 우선 처리하고 기일 간격도 좁게 잡는 등 신속하게 진행된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검찰에 비공개 소환된 14일 윤석열 검찰총장이 점심 식사를 위해 서울 서초구 대검찰청 구내식당으로 이동하고 있다. 2019.11.14 superdoo82@yna.co.kr/2019-11-14 12:20:36/

유 이사장은 장학금 뇌물 혐의 이외에 자녀들의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 위조 혐의, 정 교수의 주식 차명거래 관련 공직자윤리법 위반 등 적어도 3가지 혐의로 검찰이 조 전 장관을 기소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구속영장 청구까지는 어려울 것인데 확실히 (증거를) 잡으면 할 것이고 못 잡으면 불구속기소 할 것”이라고 말했다.

공직자윤리법 위반 논란에 대해서는 “검찰은 정 교수의 범죄 행위를 (남편인) 조 전 장관이 부부 사이에 모를 수 없다고 본다”며 “주식 차명거래 등이 사실이라고 해도 조 전 장관이 알고 있었다는 것을 (검찰이) 내놔야 한다”고 지적했다.

문동성 기자 the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