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의 장점마을’ 또 있다… 사월마을 환경부 결과 살펴보니

입력 2019-11-20 09:16 수정 2019-11-20 10:41

환경부가 인천 사월마을이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고 판단하고 환경 개선 대책 마련에 나서기로 했다. 그러나 사월마을은 장점마을처럼 환경오염과 질병의 역학적 관련성을 공식 확인한 게 아니어서 주민들이 인근 업체들로부터 손해배상 등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환경부 소속 국립환경과학원은 19일 오후 7시 인천 서구 오류왕길동 사월마을 왕길교회에서 열린 주민건강영향조사 설명회에서 전북 익산 장점마을에 이어 인천 사월마을도 주변환경이 주민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발표했다.

건강조사는 주민 청원에 따라 2017년 12월부터 올 8월까지 진행됐다. 건강조사 결과 인천 사월마을의 암 발병이 주변 환경과 관련이 있다고 보긴 어렵다면서도 미세먼지 농도나 야간 소음도, 주민 우룰증‧불안증 호소율 등이 높은 점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월마을이 주거지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렸다.

그러면서 정책 제언으로 환경 개선·주민 이주·공장 이전 등을 포함한 장단기적인 로드맵 마련을 권고했다. 이에 따라 주민들이 요구해온 공장 이전이나 주민 이주방안 마련과 관련한 논의가 시작될 것으로 보인다.

인천시는 이날 허종식 정무부시장을 팀장으로 하는 수도권매립지 주변환경 피해대응 TF(태스크포스)팀 회의를 열고 향후 조치 계획을 논의했다. 앞으로 TF팀은 사월마을에 거주하는 주민들의 집단 이주 방안 등을 마련할 계획이다.

인천시 서구 왕길동 사월로 37번 안길에 위치한 인천 사월마을은 순환골재공장 등 폐기물처리업체 28곳을 비롯해 소규모 제조업 등 각종 공장이 들어선 지역이다. 50여년 전부터 180여가구 300여명의 주민들이 거주하고 있다.

1992년 2월10일부터 마을과 1㎞정도 떨어진 곳에 수도권쓰레기매립지가 조성되면서 매립지수송로를 통과하는 대형 쓰레기차량들이 운행되고 있다. 2000년대부터는 마을 주변에 제조공장 등 100여곳이 우후죽순 들어서면서 쇳가루까지 마을을 뒤덮었다.

인근 주민들은 각종 분진과 소음에 시달리며 미세먼지와 침출수에 의한 악취 등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공장에서 날아오는 분진 탓에 빨래를 널지 못하는 것은 물론 창문조차 열기 힘든 상태다. 중금속이 들어 있는 먼지가 가정집에도 가득 쌓여있다.

참다 못한 마을주민들은 지난해 초 환경부에 건강 영향조사 청원서를 제출했다. 청원서를 제출한 주민 49명 중 5명은 암, 32명은 순환기계 질환, 16명은 내분비계 질환 진단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민 10명을 대상으로 한 혈액과 소변 검사 결과 소변 중 카드뮴 수치가 일반 국민 평균 0.76(㎍/ℓ)보다 2배가량 높은 것으로 나왔다.

그러나 주민들의 발병과 주변 환경 간의 관련성이 입증되지 않은 만큼 사월마을 주민들이 인근에 있는 업체들로부터 손해배상 등을 받아내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정부가 환경오염과 질병의 역학적 관련성을 공식 확인하면서 주민들이 피해 보상을 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린 전북 익산 장점마을과는 다른 상황이다.

앞서 장점마을은 주민의 암 집단 발병이 인근 비료공장에서 배출된 발암물질 때문이었다는 ‘역학적 관련성’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비료공장에서 퇴비로만 사용해야 할 연초박(담뱃잎찌거기)을 불법적으로 유기질 비료 생산 공정인 건조공정에 사용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사월마을의 경우 미세먼지 농도가 인천 다른 지역보다 높고 마을 내 토양과 주택에 쌓인 먼지에서도 중금속이 검출됐으나 건설폐기물 처리업체, 자동차 등 여러 오염원이 언급되고 특정 오염원이 지목되지는 않았다.

천금주 기자 juju79@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