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19일 서울 마포구의 한 카페에서 ‘청년 정책 비전’을 발표했다. 대학생을 비롯한 청년 30명도 이 자리에 참석했다. 청년들은 황 대표 앞에서 “한국당은 ‘노땅’ 정당” “수치 보수” 등으로 거침없는 쓴소리를 날렸다.
부산에서 왔다는 한 청년은 “황 대표가 발표한 ‘민부론’, ‘민평론’ 다 봤지만, 이명박·박근혜 정권 시절 정책에서 벗어나지 않았다”며 “그럴듯한 말을 적어놓은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발버둥 치고 몸을 던지는 야당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고도 했다.
이어 황 대표를 향해 “대표가 개혁 의지가 있는지 직접 확인하고자 아까운 시간을 들여 왔다”면서 “만약 구색 맞추기로 사진 한 장 찍기 위해 청년들이 모였다고 (생각해) 이용한다면 이 자리에 있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발언했다.
인하대 한 학생도 “학생들 사이에서는 ‘샤이 보수’를 넘어서 ‘쉐임(shame) 보수’라고 말한다. 어디 가서 보수라고 말하는 것 자체가 수치심이 든다”며 “한국당은 젊은층이 보이지 않는 ‘노땅 정당’이란 말도 돈다. 청년, 청년 부르짖지만, 청년들이 설 자리는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5년차 스타트업 창업자라고 자신을 소개한 한 청년은 미국에서 18세 창업자가 자신이 개발한 기술을 마이크로소프트에 매각한 사례를 거론하면서 “청년들을 위한 정책을 수립하려면 정책을 만드는 데 목적을 두기보다 청년들을 믿을 수 있어야 한다. 청년들을 신뢰해줬으면 한다”고 요구했다.
행사 기획 자체에 대한 불만도 나왔다. 한 참석자는 “평일 오후 2시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청년들은 오지 말라는 이야기”라며 “청년 목소리를 듣겠다면서 이런 기본적인 디테일 하나 전혀 개선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황 대표는 청년들이 던지는 ‘돌직구’를 열심히 메모했다. 그러고는 “아주 날카로운 말씀 잘 들었다”며 “제가 한국당에 와서 방향성으로 정한 하나가 청년친화정당”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러분들 얘기하는 것들을 다 메모했다”며 “답해야겠다는 부분은 별표를 치고, 꼭 해야겠다는 부분은 동그라미 2개를 쳤다. 아직 완성되지 않았지만, 더 노력하는 정당이 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시작이 중요하다. 여러분들과 첫 만남 소중하게 생각한다”고 했다.
앞서 황 대표는 청년 정책 비전을 발표하면서 “자녀의 채용비리, 입시비리에 연루된 사람은 당 공천에서 완전히 배제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청년들이 꿈과 희망, 도전과 창의를 키울 수 있도록 무너진 공정과 정의를 다시 세우는 정년 정책 비전을 마련했다”며 “청년 정책 비전의 키워드는 페어플레이 대한민국, 청년 취향 저격, 청년 등에 꽂힌 빨대 뽑기”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채용비리 처벌에 관한 특별법’ 제정을 약속했다. 또 청년들에게 공정한 경쟁 기회를 보장하기 위해 국가장학금의 규모를 기존(약 3조6050억원)보다 1조원 증액하는 정책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