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교육청이 떨어지는 취업률과 입학정원 미달로 위기를 겪고 있는 특성화고 살리기에 나섰다. 2024년까지 서울 특성화고 10곳을 인공지능(AI) 또는 빅데이터 고등학교로 전환 개교하고, 2021년 특성화고 신입생부터는 ‘AI 관련 과목’을 가르친다. 특성화고 현장에서는 “새 전환점이 될 것 같다”는 기대감과 “가르칠 사람이 없다”는 우려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은 19일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에서 ‘특성화고 미래교육 발전방안’을 발표하면서 “특성화고의 AI·빅데이터 교육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제4차 산업혁명 분야 전문기능인을 양성해 특성화고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취업률 향상을 도모하겠다는 취지다.
교육청은 내년 4월 중 AI·빅데이터 학교로 전환 개교를 희망하는 특성화고를 공모·선정한다. 2021년 2개교를 시작으로 순차적으로 개교해 2024년 총 10곳의 전환 개교를 마친다는 계획이다. 전환 개교하는 학교에는 하드웨어 구축비용을 3억원씩 지원하고, 초기 3년간 외부 산학협력교사를 투입해 안정적인 운영을 지원한다.
교육청은 2021년부터 서울 특성화고 70곳(현재 기준)에 AI 소양 함양을 위한 과목을 3단위(연 51시간) 이상 필수 편성한다. 또 ‘인공지능과 미래사회’ 교과서를 내년 8월까지, 2024년까지 4차 산업혁명 분야의 전문교과 기초 및 실무과목 교과서를 2종씩 개발하겠다는 방침이다.
특성화고 교육에 바뀌는 산업 흐름을 반영한 정책 방향에 대한 공감대는 높다. 지난 8~10월 교원 1782명, 학부모 2169명 대상으로 실시한 교육청 설문조사 결과, 4차 산업혁명 관련 학과 도입 필요성에 공감한 비율은 각각 82.9%, 89.3%로 나타났다.
특성화고인 A공고 교장은 “산업 구조와 수요, 변화에 맞춰 인력을 양성하는 것은 당연하다”며 “AI·빅데이터 교육을 하고 싶어도 못했던 학교에 새로운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B공고 교장은 “이미 많은 특성화고가 AI·빅데이터 관련 학과와 과목을 개편 중”이라며 “신입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던 학교에 새로운 전환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다소 생소한 AI·빅데이터 분야를 가르칠 전문성을 갖춘 교원이 부족하다는 우려가 적지 않다. 전환 개교가 단순히 ‘간판 바꾸기’가 아닌 실제 취업률 향상, 대학 연계 과정으로 이어져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C상고 교감은 “AI·빅데이터 학교는 산업체에서 요구하는 정도의 전문적인 지식을 가진 교사의 집합체가 돼야 인력을 양성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D상고 교장은 “고교생 수준에 맞는 교육과정을 편성하고, 제대로 가르칠 수 전문 교사가 필요하다. 또 학생들의 취업까지 책임지는 정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교육청이 가장 염려하는 부분도 ‘전문 교원 양성’이다. 교육청은 내년부터 5년간 4차 산업혁명 분야 전문가 양성을 위한 교원 중장기 연수를 운영한다. AI, 빅데이터, 스마트팩토리, 사물인터넷(IoT) 등 4개 분야에 20명씩 총 80명을 6개월간(460시간 내외) 전문기관에 위탁한다. 다만 교육청 관계자는 이 분야의 취업 수요 조사 여부, 대학 연계 과정 등을 묻는 질문에 “현재 진행된 것은 없다”고 답했다.
최근 3년간 서울 특성화고 신입생 충원율은 2017년 96.8%, 2018년 86.1%, 올해 89.7%로 계속 미달 사태가 벌어졌다. 같은 기간 서울 특성화고 취업율은 2017년 54.7%, 2018년 45.4%, 올해 37%로 나타났다.
박구인 기자 capta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