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김명길 “美, 스웨덴 내세워 대화 관심있는 듯 냄새피우지 마라”

입력 2019-11-19 17:06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가 지난달 5일(현지시간) 스웨덴 북한대사관 앞에서 북·미 실무협상 결렬 관련 입장을 밝히고 있다. 연합뉴스

김명길 북한 외무성 순회대사는 12월 북·미 실무협상 재개 가능성이 거론되는 데 대해 “미국이 대(對)조선 적대시 정책을 철회하는 결단을 내리지 않는 한 조·미(북·미) 대화는 언제 가도 열리기 힘들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김 대사는 19일 조선중앙통신 기자와의 문답 형식 보도에서 ‘미 국무성 대조선정책특별대표가 제3국을 통해 12월 중에 다시 만나자는 의사를 전달했다고 하는데 어느 나라를 염두에 둔 것인가’라는 질문에 “스웨덴을 두고 한 말”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우리는 스웨덴 측이 지난 10월 초 조·미 실무협상 장소를 제공하고 편의를 보장해준 데 대하여 평가한다”면서도 “조·미가 서로의 입장을 너무도 명백히 알고 있는 실정에서 스웨덴이 더이상 조미 대화 문제를 들고 다닐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말했다.

또 ‘미국이 직접 연계하지 않고 스웨덴을 내세운 이유가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내가 보기에는 미국 측이 우리에게 빌붙는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 스웨덴을 이용해먹은 것 같다”고 했다.

김 대사는 이어 “지금 조·미 사이에 협상이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은 연락통로나 그 누구의 중재가 없어서가 아니다”라며 “우리는 스웨덴 측이 정세판단을 바로 하고 앉을 자리, 설 자리를 가려볼 것을 권고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더이상 3국을 내세우면서 조·미 대화에 관심이 있는 듯이 냄새를 피우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대사의 발언은 북한이 미국에 제시한 ‘연말 시한’이 다가오는 상황에서 한·미 군 당국의 연합공중훈련 연기 결정 및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발언 등으로 대화 재개 분위기가 올라가는 시점에 나온 것이다. 막판 압박 공세라는 해석도 있다.

앞서 김계관 외무성 고문은 28일 내놓은 담화에서 북측에 합의를 촉구한 트럼프 대통령의 트윗 발언을 3차 정상회담 시사로 받아들이면서도 “미국이 진정으로 우리와의 대화의 끈을 놓고 싶지 않다면 우리를 적으로 보는 적대시정책부터 철회할 결단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북한은 지난 17일 한·미 국방장관이 이달 중으로 예정됐던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발표한 당일에도 외무성 대변인 담화를 통해 유엔의 북한 인권결의안 채택을 맹비난하면서 “더이상 미국과 마주앉을 의욕이 없다”고 밝혔다.

당시 비핵화 협상 재개 조건으로 내걸었던 대북제재 해제와 체제 보장 요구 외에 인권 문제 불간섭 요구까지 얹으려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