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4월부터 전체 소방관이 국가직으로 전환된다. 소방인력·장비 보강과 소방공무원 수당인상, 병원·교육 혜택 면에서 소방관들의 처우가 크게 개선될 전망이다.
소방청은 소방공무원 신분 국가직 전환을 위한 법률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고 19일 밝혔다. 이에 따라 현재 국가직·지방직으로 구분된 소방관들은 내년 4월 1일부터 국가직으로 통일된다.
소방관들의 처우와 직결된 국가직 전환은 소방청이 10년 이상 요구해온 숙원 사업이다. 지방분권 추세에 역행한다는 지적에 논의가 수년 동안 공회전했지만 문재인 정부 국정과제로 선정되면서 속도가 붙었다.
통과된 국가직 전환 법률안은 총 6개다. 소방공무원법, 소방기본법, 지방공무원법, 지방자치단체에 두는 국가공무원의 정원에 관한 법률, 지방교부세법, 소방재정지원 및 시도 소방특별회계 설치법으로 구성된다. 소방관 처우 개선을 위한 법적 권리와 예산 확보 방안 등을 법으로 명시한다는 게 골자다. 아울러 소방복합치유센터(소방병원)의 설립 근거를 담은 ‘소방복합치유센터 설립근거 법률안’이 통과됐다.
소방공무원의 신분은 1973년 2월 8일 지방소방공무원법이 제정된 뒤 지금껏 국가직과 지방직으로 나뉘어 있었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형편에 따라 소방인력·장비 충원에 격차가 생기는 구조다. 올해 4월 강원도 대형산불처럼 대형재난이 발생했을 때 각 지역 소방관들이 유기적으로 협조하기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올해 6월 말 현재 전국 소방공무원은 5만4875명이다. 이 가운데 국가직은 대부분 중앙 행정직으로 687명(1.3%)에 불과하고 나머지 5만4188명(98.7%)은 지방직이다.
국가직 전환에 따라 소방관 처우 개선 여력이 대폭 늘어난다. 국가에서 연간 소방인력·장비 충원용 예산 5000억원을 소방안전교부세 형태로 추가 지원한다. 소방안전교부세 재원은 담배에 부과하는 기존 개별소비세 총액의 20%(4000억원)을 45%(9000억원)으로 조정해 마련한다. 돈 없는 군소 지역에서도 인력·장비를 충원하기에 충분한 금액이다.
예산이 마련되면 그동안 ‘너무 적다’는 볼멘소리가 나온 ‘소방공무원 수당’도 인상할 계획이다. 현재 소방관들은 국가직·지방직 모두 다달이 8만원의 소방공무원 수당을 받는다. 소방청은 이 수당을 올려야 한다고 주장해왔지만 일부 가난한 지자체에서 인건비가 부담된다며 인상을 반대해왔다. 한 곳이 반대하면 전체 소방관들의 수당을 올리지 못하는 구조였다.
다만 국가직으로 신분이 바뀐다는 것만으로 지방직 소방관들의 급여·수당이 오르는 건 아니다. 급여·수당은 지금도 국가직·지방직이 같다.
국가직으로 전환되면 임용(채용·승진·인사)권자가 대통령으로 바뀐다. 다만 지자체장에 대부분의 업무가 위임돼 지금과 별 차이가 없을 예정이다. 지휘체계 역시 평소에는 지금처럼 지자체장 위주로 이뤄진다. 지자체 재정형편에 따라 지급됐던 복지포인트 지급도 각 지자체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소방공무원 채용 절차 역시 바뀌지 않는다.
소방관들의 교육·치료 혜택은 늘어난다. 소방관 전부가 국가직 타이틀을 얻으면서 지자체별 소방병원과 수련원(연수원) 설치 책임이 국가로 넘어갔다. 소방병원 및 수련원은 소방안전교부세와 별개인 국가 예산으로 설립될 방침이다.
지자체 예산편성 시 최소한의 소방예산을 편성하도록 하는 권한도 생긴다. 지방세의 법정비율을 반드시 소방 재원으로 넣도록 한 특별회계법에 따라서다. 그동안 가난한 지자체에서 소방 재원은 삭감 1순위로 분류됐다. 소방관 국가직 전환 관련 법은 모두 4월 1일부터, 특별회계법은 2021년 1월 1일부터 발효된다.
오주환 기자 johnn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