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적 반전 이루기는 어려워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지난 18일 밤 태국에서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 비공개 회동을 했다. 정 장관이 태국 방콕에서 열린 아세안 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를 계기로 고노 방위상을 만나 한·일 갈등과 관련한 일본 측 태도 변화를 끌어내려 한 것이다.
특히 이 자리에서 양국 장관은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종료 문제를 놓고 허심탄회한 의견을 나눴을 가능성이 크다. 다만 이날 한밤 회동으로 극적 반전이 연출되지는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ADMM-Plus 본회의 종료 후 방콕 시내 모처에서 고노 방위상을 만났다. 이에 앞서 공식 만찬 행사장에서 정 장관과 고노 방위상이 따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정 장관이 만찬장에서 고노 방위상을 따로 불러 대화가 이뤄졌다고 한다. 이 자리에서 ‘장소를 바꿔 더 대화하자’는 얘기가 오갔을 가능성이 있다. 만찬 행사에 참석했던 고노 방위상이 승용차를 타고 호텔을 떠난 직후 정 장관 승용차도 호텔을 빠져나갔다.
정 장관과 고노 방위상은 이날 오전 방콕에서 열린 ‘제9회 태국 방위산업전시회(D&S 2019)’ 개막식에서도 단 둘이 대화를 나눴다. 한·일 국방장관은 취재진에 노출될 것을 의식한 듯 한국과 일본 방산업체 전시관이 아닌 동유럽 방산업체 전시관 앞에서 대화했다. 일본어에 능통한 정 장관은 이 자리에서 통역 없이 고노 방위상과 얘기를 나눴다. 정 장관은 1994∼95년 항공자위대 간부학교 지휘참모과정(CSC)과 2004∼2005년 같은 학교 고급과정(AWC) 교육을 받으며 일본어를 익힐 기회가 있었다.
공식 회담장에선 비교적 냉랭한 기류를 보였던 두 사람이 비공식 대화에서 어떤 속내를 드러냈는지 확인되지는 않았다. 다만 한·일 국방장관의 비공식 회동에서 의미 있는 타협안이나 협상 카드가 제시되지는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정 장관이 공개적으로 한·일 지소미아 유지 필요성을 여러 차례 언급하긴 했지만 이는 일본의 태도 변화를 전제로 한 것이었다. 군 관계자는 19일 “한·일 지소미아 유지 여부 등은 양국 정부 차원에서 논의될 수 있는 사안”이라고 말했다.
한·일 국방장관은 지난 17일 방콕의 한 호텔에서 진행된 한·일, 한·미·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기존 입장을 되풀이하는 데 그쳤다. 양국 장관은 만찬 행사장에서 기념사진을 찍을 때에도 별다른 ‘스킨십’ 없이 사진만 찍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