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공대 진압작전 중 ‘경찰 총수 승진’…강경파 등장에 홍콩 초긴장

입력 2019-11-19 15:14
18일 홍콩 이공대 부근에서 경찰에 연행된 시위 참가자들. AFP=연합뉴스

중국 정부가 ‘강경파’로 통하는 크리스 탕 홍콩 경무처 차장을 경찰 총수인 처장으로 공식 기용했다. 홍콩 시위가 날로 격렬해지면서 시위 현장으로 나가 직접 진압 작전을 진두지휘해온 탕 신임 처장의 이력으로 보아 홍콩 시위대 진압에는 더욱 가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홍콩 시위대의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크리스 탕 신임 홍콩 경무처장. 인민일보 캡처

19일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人民日報)에 따르면 중국 국무원은 이날 홍콩 기본법과 캐리 람 홍콩 특구 행정장관의 건의에 따라 스테판 로 홍콩 경무처장을 해임하고 그 자리에 탕 차장을 임명했다. 이는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주석이 최근 ‘홍콩 폭력사태 종식’을 공개적으로 천명한 데 따른 후속 조치로, 사실상 중국 정부가 홍콩 경찰을 통해 시위대 폭력에 강력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대내외에 보여준 것으로 보인다.

탕 처장은 지난 6월부터 시위 사태에 대응하는 ‘타이드 라이더’ 작전을 이끌어왔으며, 범죄 대응 등에 있어 ‘강철 주먹’과 같은 강경한 대응을 고집하는 강경파로 알려졌다. 이를 보여주듯 탕 처장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경찰 총수로서 직분을 다하겠다”며 “폭력을 저지하고 사회 질서를 조속히 회복하겠다”고 굳은 의지를 밝혔다.

그는 “경무처장이 된 것은 홍콩의 치안에 공헌하기 위해서며 이는 평생의 영광”이라며 “내가 현재 지켜봐 온 지난 5개월간 홍콩은 불법의 무리가 홍콩의 법치를 공격하고 도처에 불을 지르고 시민과 심지어 경찰까지 공격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는 매우 슬픈 상황으로 나는 맡은 바 직분을 다하겠다”며 “나는 앞으로 먼저 동료를 보호하고 우리의 동료가 법 집행을 계속할 수 있도록 지지할 것이며 폭력 인사들이 더는 폭력을 쓰지 않길 바란다. 홍콩 사회가 우리의 일을 지지해주고 홍콩의 치안이 조속히 회복돼 평안해지길 희망한다”고 강조했다.

탕 처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와의 인터뷰에서 홍콩 시위에 대해 ‘테러리즘’이라 부르며 비판을 이어갔다. 그는 시위대가 거리에 불을 지르고 지하철 역사 등을 훼손하거나 대학 캠퍼스를 점거하는 상황에 대해 “매우 가슴 아프지만 테러리즘에 가깝다”며 이번 시위를 끝낼 수 있도록 홍콩 시민들의 지지를 호소했다.

하지만 경찰이 시위대를 성폭행했다는 의혹이나 과도한 무력 사용 등에 대한 비판에는 강하게 반박하며 “경찰의 신뢰성을 훼손하기 위한 가짜뉴스”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취임 후 경찰의 잘못에 대해 사과할 용의가 있는지’를 묻자 “사안별로 확대경으로 들여다보는 대신 전체 상황을 봐야한다”며 “우리가 사안마다 사과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홍콩 경찰이 18일 홍콩 이공대에 진입해 한 시위자의 손을 결박하고 있다. AP=연합뉴스

탕 처장의 발언을 통해 알 수 있듯 그는 홍콩 시위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꾸준히 피력해왔다. 그는 신임 처장에 기용되기 전부터 시위 현장에 직접 나가 진압 작전을 진두지휘해왔다. 때문에 신임 처장 기용 소식도 진압 현장에서 들었을 것으로 보인다. 혼돈의 현장 속에서 승진한 것이다.

강경파인 탕 처장이 기용되면서 친중파와 홍콩 경찰은 반기는 분위기다. 친중파 진영은 “탕 처장은 범죄와 폭력조직에 무관용을 보여 온 인물”이라며 “그가 이끄는 경찰은 홍콩의 법과 질서를 회복하고 급진적 시위대에 한층 강경하게 대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를 표했다.

홍콩 경찰 노조도 탕 처장의 기용을 환영하며 최근 경찰이 공무집행 중에 모욕당하는 사례가 빈번한 것 등에 단호하게 대처해줄 것을 주문했다.

정진영 기자 yo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