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법 “대리기사는 근로자”…국내 최초 인정

입력 2019-11-19 14:19 수정 2019-11-19 14:45

법원이 대리운전기사를 단체교섭이나 파업 등이 가능한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야 한다고 판결했다. 대리운전기사는 대부분 개입사업자로 업체와 계약을 맺어 활동하기 때문에 지금까지 관련 법의 보호를 받지 못했다.

부산지법 동부지원 민사1부(재판장 서정현)는 지역 대리운전업체 2곳이 부산대리운전산업노동조합 조합원 3명에게 제기한 ‘근로자 지위 부존재 확인 소송’에서 원고인 청구를 기각했다고 19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사용종속관계가 있는 한 노무공급 계약의 형태가 고용, 도급, 위임, 무명계약 등 어느 형태든 상관 없다”며 “노무 제공 관계의 실질, 업무 수행 방식, 보수 수수 방식 등에 비춰, 대리운전기사는 노동조합법상 근로자로 인정할 필요성이 있다”고 판결 이유를 설명했다. 대리운전기사의 노동 삼권 보장을 인정한 것이다.

재판부는 “대리운전이 이뤄지는 시간, 업무 수행 시간, 운전기사 배정 등을 보면 대리기사들은 업체에 소속해 대리운전만 수행한 것으로 보인다. 또 대리운전 1회당 3000원의 수수료를 미리 받는 점, 취소수수료를 1회당 500원 전가한 점, 기사들의 교육의무을 부과하는 등 업무지시를 따르도록 하는 점에서 지휘·감독도 받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노동조합법에서 근로자는 고용 이외 계약 유형에 의한 노무제공자까지도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등한 교섭력 확보를 통해 근로자를 보호하고자 하는 노동조합법의 입법 취지를 고려할 때 대리운전기사는 대리운전업체에 필수적인 노무를 제공함으로써 업체와 경제적·조직적 종속관계를 이루고 있다”고 덧붙였다.

판결문에 따르면 해당 대리업체 2곳은 부산에서 대리운전 서비스업을 하는 곳으로 대리운전 접수·기사 배정에 필요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을 함께 사용하고 있다. 최씨 등은 2017년부터 이들 대리운전업체와 각각 계약을 맺고 대리운전 기사로 일했다. 최씨는 지난해 12월 ‘부산대리운전산업노동조합’을 설립한 뒤 조합원을 받았다. 노조는 지난 1월과 2월 대리운전업체에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교섭을 요구했다. 그러자 해당 업체들은 이를 거부하면서, 대리기사들은 독립적으로 영업을 하는 사업자들일 뿐 노동자가 아니라며 법원에 확인을 요청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대리기사들이 이들 업체와 사실상 '사용종속관계'에 있고, 근로를 제공하는 대가로 임금이나 기타 수입을 받고 생활하고 있어 근로자가 맞는다고 판단했다.

부산=윤일선 기자 news8282@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