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진단” “상하 러브샷” 부산문화회관 대표 갑질 논란

입력 2019-11-19 10:23
그림 = 김희서 인턴기자

정신질환이 없는 사람에게 정신과 진단서를 발급해 올 것을 지시하고 회식 도중 직원 간 러브샷을 강요한 부산문화회관 대표의 갑질 행위가 논란이 됐다.

19일 공공운수노조 부산문화회관지회(부산문화회관 노조)는 버스 기사로 근무하던 A씨가 지난달 29일 국민신문고에 이용관 부산문화회관 대표의 갑질 및 인권침해 행위를 고발했다고 밝혔다.

A씨는 “정상적인 사람을 하급자라고 무시하고 면담 중에 정신과 진단서를 발급해 오라고 하는 등 인권 침해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 대표의 갑질로 인한 피해자는 A씨뿐이 아니었다. 또 다른 신고자인 B씨의 경우 당사자와 협의 없이 다른 곳으로 전보하면서 노동조합과도 사전 협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다.

이를 항의하는 노조 지회장에게 이 대표는 “신고자가 표현하는 방식이 강해서 부드러워질 필요가 있다. 문화회관이 아닌 다른 곳에 가서 부드러워지는 걸 배우라고 했다”고 노조는 주장했다.

또 노조는 이 대표가 평소 회의장에서 자신과 의견이 다른 직원에게 능력이 부족하다고 폭언하거나 회의실에서 쫓아내는 등 강압적인 분위기를 조성했다고 전했다.

당시 이 대표는 직원에게 “능력도 없는 네가 어떻게 이 회사에 들어왔는지 모르겠지만”이라는 등의 인격 모독 발언을 몇 차례 한 것으로 알려졌다.

성희롱 논란도 있었다. 올해 6월 제주도에서 열린 워크숍 뒤풀이 자리에서 이 대표는 높은 직급 직원과 낮은 직급 직원 간 러브샷을 지시한 한편 자신이 가장 낮은 직급의 직원과 러브샷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당시 워크숍에 참가한 직원들은 “본인의 의지와 상관없이 신체적 접촉이 일어나는 러브샷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만들어 강요했다”며 “이는 성희롱에 해당하는 일임에도 대표가 이에 대한 인식이 없다는 게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노조는 “부산문화회관은 부산시의 출자출연기관으로 공공기관에 준하는 역할임에도 이 대표는 갑질을 일삼고 심지어 조직 내 갈등까지 일으켰다”며 “대표의 적절하지 않은 언행은 문화회관은 물론이고 지역사회를 혼란스럽게 했다.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지역의 시민사회단체들과 연대해 공개적으로 투쟁에 나섰다”고 밝혔다.

수많은 논란에 대해 문화회관 측은 “버스 기사가 자주 지각을 했는데 지각 기록을 위조라고 주장하고 교통사고 경력도 있어 관람객이 타는 대형 셔틀버스 사고를 예방하는 차원에서 정신과를 포함한 건강검진 결과를 요청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B씨에 대한 일방적인 인사이동에 대해서는 이미 한 달 전 식사자리에서 이 대표와 해당 사안에 대해 논의한 적이 있다고 주장했다.

워크숍 러브샷과 관련해서는 “노조와 단협 체결 후 화합의 장을 열자는 취지로 남녀 간이 아닌 팀별, 그룹별, 상하 직원 간 러브샷을 제안했기 때문에 성희롱 소지가 될 만한 상황이 아니었다”고 밝혔다.

노조는 이날 오전 부산시청 앞에서 집회를 열어 갑질과 성희롱에 대한 이 대표의 공식 사과를 요구하고 부산시에는 감사를 촉구했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