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 “공소장에 불법촬영물 넣지 말라”… ‘레깅스 논란’ 후속 조치

입력 2019-11-19 10:01 수정 2019-11-19 10:09
픽사베이

법원 판결문에 불법촬영 사진이 실려 인권침해 논란이 확산되자 대검찰청이 이를 금지하는 지시를 내렸다.

대검 관계자는 19일 “피해자의 인격권 침해가 없도록 범죄사실 특정을 위한 방편으로 불법촬영된 피해자 사진을 공소장과 불기소장에 첨부하는 일이 없도록 노력해달라고 했다”고 전했다. 이같은 제안은 대검 형사부에서 한 것으로 전해졌다. 공소장은 죄명과 공소사실, 적용법조 등을 기재한 문서로 검사가 작성해 형사재판 때 관할법원에 제출한다.

지난달 의정부지법 형사1부는 버스에서 레깅스를 입은 피해자를 불법촬영한 남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 판단 근거를 설명하면서 판결문에 피해자를 불법촬영한 사진을 첨부했다. 피해자 동의는 없었다. 법원이 2차 가해를 자처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판결문은 ‘피고인이 휴대전화기의 카메라 촬영 기능을 이용하여 레깅스 바지를 입고 있는 피해자의 엉덩이 부위 등 하반신을 약 8초 동안 피해자 몰래 동영상 촬영하였다’며 공소사실 자체는 인정했다. ‘이 사건 동영상은 피고인이 버스에서 내리기 위해 서 있는 피해자의 뒤에서 피해자 몰래 촬영한 것’이라고도 썼다. 여기에 피해 여성 뒷모습 전신이 담긴 사진 원본을 넣으면서 외부로 살이 보이는 부분은 목과 손, 발목밖에 없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할 수 있는 신체 부위에 해당한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했다. 해당 사진은 의정부지법이 공식 누리집에 올린 판결문에는 비공개 처리 됐지만 A씨에게 송부된 원본엔 사진이 포함돼 있다. 다른 판사들도 내부 열람 시스템을 활용해 검색할 수 있다.

피해 여성은 자신의 신체가 불법촬영됐다며 소송을 제기했지만 재판부는 도리어 이 사진을 공적인 기록물에 남겼다. 판결문에 불법촬영된 사진을 남긴 것은 이례적이다. 사진이 재판 기록에 남을 경우 불법촬영 범죄 피해자가 소극적으로 대처할 우려가 있다. 2차 피해 가능성도 신중하게 따져봐야한다.

박민지 기자 pm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