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찰 기거 ‘처사’도 월급 받으면 근로자”…부당해고 못해

입력 2019-11-19 10:00

사찰에서 청소·정리 업무를 하는 ‘처사’도 근무형태가 정해져 있고 월급을 받는다면 근로자에 해당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3부(부장판사 박성규)는 A법인이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제기한 부당해고 구제 재심판정 취소 소송에서 “소속 근로자를 부당 해고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19일 밝혔다.

A법인은 경북 영천의 한 사찰 내 있는 법인으로 실내 납골당, 부도탑묘 관리 등을 해왔다. 이 사찰에 기거하는 처사들은 법당과 도량 청소, 공양 도중 정리 정돈, 야간 순찰 등의 업무를 맡고 있었다.

이들 중 처사 B씨는 지난해 7월 “(A법인에) 부당해고를 당했다”며 구제신청을 냈고 지방·중앙노동위원회에서 모두 인정됐다. A법인은 이에 불복해 소송을 제기했다.

A법인은 해당 사찰과 법인은 별도 단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B씨는 법인이 아닌 사찰 업무를 자율적인 봉사활동 차원에서 도운 것일 뿐이라고 했다. B씨에게 지급된 ‘보시금’은 임금이 아니라 감사의 표시라는 입장이었다.

재판부는 “A법인은 (B씨 등에게) 상당한 지휘·감독을 했고, 처사들은 법인 측이 정한 근무시간과 장소에 구속됐다고 봐야 한다”며 “B씨는 임금을 목적으로 종속적인 관계에서 해당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했으므로 근로기준법상 근로자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A법인이 처사들이 해야할 구체적 근무내용과 장소 및 시간을 정했고, 매일 출근기록부와 업무를 기재하게 한 사실을 근거로 들었다. 매달 100만원의 고정 급여를 지급했고, 구인광고에서 ‘직원’을 모집한다고 적었던 사실도 제시했다.

A법인이 사찰과 별개라는 주장도 인정되지 않았다. 재판부는 “A법인 소속 직원들이 처사 면접과 업무조정을 했다. 법인과 사찰의 대표자가 같고 업무가 혼재돼 있다”며 “법인 측을 B씨의 사용자로 봐야 한다”고 밝혔다.

구자창 기자 critic@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