前 윤가명가 대표 “미쉐린 측이 거금 요구, 한식 농락했다”

입력 2019-11-19 09:59
미쉐린 가이드 서울 홈페이지

미쉐린 가이드가 별점을 대가로 컨설팅 비용을 요구하는 이른바 ‘별 장사’를 하고 있다고 밝힌 윤경숙 전 윤가명가 대표가 재차 폭로에 나섰다. 윤 전 대표는 19일 tbs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출연해 미쉐린 측의 제안 내용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이들이 공신력으로 한식을 농락했다”고 주장했다.

이날 윤 전 대표는 “미쉐린 측에서 먼저 식당 개업을 제안했다”며 이야기를 시작했다. 윤 전 대표에 따르면 그가 미쉐린 측의 연락을 받은 것은 2013년쯤이다. 미쉐린 관계자는 “한국판 가이드북 출간 관련해 한국 정부와 논의 중인데, 우리는 한식당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며 윤 전 대표 측에 접촉을 시도했다고 한다. 일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는 윤 전 대표의 언니가 미쉐린 2스타를 받았다는 이유에서였다. 윤 전 대표는 ‘2스타를 받았다는 것은 이미 검증됐다는 뜻이니 너희가 한국에 분점을 열어달라”는 취지의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미쉐린 가이드 출간을 위해서는 수준급의 레스토랑이 어느 정도 있어야 하는데 한국은 그런 한식당이 부족하니, 윤 전 대표가 식당을 개업할 경우 최소 2스타를 보장해주겠다는 뜻이었다.

윤 전 대표는 “그때까지만 해도 큰 행운이라고 생각했다”며 “결국 2014년 11월 서울에 윤가명가를 개업했다”고 말했다. 그런데 미쉐린 측에서 ‘컨설팅’을 언급하면서 생각이 달라졌다고 했다. 윤 전 대표는 “미쉐린이 굉장히 공신력 있다고 내세우는 것은 ‘블라인드 테스트’인데 이미 다 알고 진행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찝찝했다”면서 “특히 ‘다른 한식당 2곳이 거금의 컨설팅을 의뢰했으니 너희도 하는 게 좋을 것’이라는 말을 들었을 때 ‘이들도 장사하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미쉐린 측은 별점을 딸 수 있도록 컨설팅을 해주겠다는 제안을 여러 차례 했다고 한다. 컨설팅 비용으로는 기본 5000만원과 미쉐린 관계자들이 한국을 방문할 때마다 필요한 체류비를 제시했다. 윤 전 대표는 “계산해보니 해마다 20억원 정도가 필요하더라”며 “미쉐린 측은 ‘컨설팅을 안 한다고 별점을 못 받는 것은 아니지만 너희도 하는 게 좋을걸’이라는 말을 하면서 압박해왔다”고 주장했다. 이어 “저는 한식 셰프인데 우리 음식을 알려주면서 돈을 지불하는 것 자체가 이해되지 않았다. 또, 처음부터 솔직하게 비용 요구를 하지 않았던 것은 사기”라고 덧붙였다.

윤 전 대표는 컨설팅을 받지 않았고, 결국 2016년 처음 출판된 미쉐린 가이드 한국판에 윤가명가의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출판 기획 초기 단계부터 모든 상황과 정보를 실시간으로 공유했는데, 별점은 커녕 지역 식당 소개란에도 오르지 못한 것이다. 컨설팅을 의뢰했다던 한식당 2곳은 3스타를 받았다.

윤 전 대표는 공개 폭로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제가 이 일을 다 알고 있는데도 입을 다문다면 저처럼 미쉐린을 너무 사랑해서 레스토랑을 열겠다고 빚내고, 준비하고, 꿈꾸는 후배 셰프들 중 피해자가 또 생길 수 있다. 무엇보다 업계를 농락하는 그들의 공범자가 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미쉐린 측은 윤 전 대표의 이같은 주장을 부인하고 있다. 그웬달 뿔레넥 미쉐린 가이드 인터내셔널 디렉터는 윤 전 대표가 여러 차례 언론 인터뷰에 나선 뒤인 14일 ‘미쉐린 가이드 서울 2020 시상식’에서 기자들과 만나 “미쉐린 스타에 선정된 모든 레스토랑과 금전적 관계는 절대 없었다”고 반박했다. 윤 전 대표에게 컨설팅 제안을 한 것으로 알려진 미국인 어네스트 싱어 등에 대해서는 “미쉐린과 관련 없는 사람이다. 전혀 알지 못한다”고 선을 그었다.

박은주 기자 wn1247@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