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논란이 된 트럼프 건강 문제…美CNN, 의혹 제기

입력 2019-11-19 09:17 수정 2019-11-19 09:28
지난 16일 예고 없이 건강검진 받은 게 발단
CNN “예전 건강검진과 달리, 사전통보없이 갑자기 병원 방문”
트럼프, 고령에 비만·콜레스테롤 높아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건강 문제에 대한 의혹이 불거졌다. CNN방송은 트럼프 대통령 건강에 대한 백악관의 설명을 신뢰할 수 없다고 18일(현지시간) 지적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2018년 1월 12일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으로 메릴랜드주 월터리드 국립군의료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뒤 백악관으로 돌아가기 위해 전용헬기인 ‘마린 원’에 탑승하면서 손을 흔들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 건강검진을 위해 이 병원을 찾았을 때 차량 편을 이용한 것도 건강 관련 의혹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AP뉴시스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16일(현지시간) 메릴랜드주 월터리드 국립군의료센터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것이 발단이 됐다. 스테퍼니 그리셤 백악관 대변인은 “(미 대선이 있어) 매우 바쁜 2020년을 앞두고 트럼프 대통령이 일정이 없는 날을 이용해 건강검진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그리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 2년처럼 여러 날에 걸쳐 집중적으로 건강검진을 받지 않고, 시간이 날 때마다 부분적인 건강검진을 받을 것임을 시사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월 13일에도 이 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CNN은 트럼프 대통령이 월터리드 병원에 미리 알리지 않고 방문한 점이 미심쩍다고 지적했다. 월터리드 병원은 트럼프 대통령이 건강검진을 위해 찾는 병원이다. CNN은 통상적으로 트럼프 대통령이 건강검진을 위해 이 병원을 찾을 때 ‘VIP 방문’에 대한 사전 통보가 있었으며, 병원은 이에 맞춰 트럼프 대통령 건강검진을 위한 일부 시설의 폐쇄를 내부적으로 알렸다고 보도했다. 이번 건강검진은 예고된 것이 아니었으며 일정도 직전에야 잡혔다는 것이다.

또 취임 이후 지난 2년 동안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검진에 앞서 이를 언론에 알렸으며 당일 공식 일정표에도 건강검진을 포함시켰다. 하지만 이번 건강검진에는 이런 절차가 없었다는 것이 CNN의 주장이다.

CNN은 교통편에도 의심의 시선을 보냈다. 백악관에서 월터리드 병원까지는 8.2마일(13.2㎞)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워싱턴의 교통 정체를 고려해 멀지 않은 거리이긴 하나 건강검진을 위해 이 병원을 찾을 때 전용헬기인 ‘마린 원’을 이용했다. 그러나 지난 16일에는 날씨도 화창했는데, 전용헬기를 타지 않고 차량 편으로 월터리드를 찾았다는 것이다. CNN은 단정적으로 보도하지 않았으나 무언가 말 못할 급한 일이 생겨 부랴부랴 차량으로 이동한 것 아니냐는 뉘앙스를 풍겼다.

AP통신은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검진 내용에 대해 구체적인 설명을 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백악관의 이런 스탠스도 언론의 의혹을 부추기는 대목이다. CNN은 백악관이 트럼프 대통령 건강 상태에 대해 신뢰할 수 있는 의사의 검진을 받아 이를 공개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에 대한 우려는 간헐적으로 터져 나오는 이슈다. 특히 CNN과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건강 문제를 놓고 악연이 있다. CNN의 의학취재팀장이자 신경외과 의사인 산제인 굽타는 2018년 1월 건강검진 직후 “트럼프 대통령이 심장질환의 공통적 유형을 갖고 있으며 이는 향후 3∼5년 내 심장마비가 발생할 중간 정도의 위험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가 백악관과 설전을 벌이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올해 73세다. 미국 역대 대통령 중 재선을 제외하고, 첫 대통령 임기를 시작한 사람 중 최고령이다. 그의 건강 상태와 관련해 알려진 것은 비만과 콜레스테롤이 높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 2월 건강검진에서 키 192㎝, 몸무게 110.2㎏으로 나왔다. 당시 주치의는 운동과 식사조절을 통해 체중을 줄일 것을 조언하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조절하는 약의 복용량을 다소 늘려 처방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건강을 위해 운동이나 식사조절을 하지 않는다고 백악관 당국자가 CNN에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술과 담배를 하지 않지만 패스트푸드와 스테이크, 디저트를 즐겨 먹는 등 건강에 좋지 않은 식습관을 가진 것으로 유명하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