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을 포기하는 가정이 점점 늘고 있지만 스탠드형 김치냉장고는 오히려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400ℓ가 넘는 대용량 김치냉장고 판매 증가가 눈에 띄었다. 김치냉장고를 일반 냉장고의 대체품 혹은 보조 냉장고로 사용하는 가정이 늘면서 생긴 변화다.
전자랜드는 올해 판매된 김치냉장고 중 스탠드형 수량이 전체의 65%에 달한다고 18일 밝혔다.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판매 비중은 2016년 56%였다가 2017년에는 53%, 지난해에는 61%까지 올랐다. 전자랜드 관계자는 “최근에는 일반 냉장고를 사지 않고 김치냉장고만 구입하는 고객들도 있다”며 “스탠드형 김치냉장고의 인기는 계속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스탠드형 김치냉장고가 잘 팔리면서 전체 김치냉장고 매출도 성장세다. 롯데하이마트 11월 김치냉장고 매출액(17일 기준)은 지난해 대비 10%늘었다. 특히 이 기간 뚜껑형 김치냉장고 매출액은 2% 늘어나는데 그쳤지만 스탠드형은 12% 상승했다. 롯데하이마트에서도 스탠드형 판매 비중이 2017년 57%에서 2년 만에 63%로 올랐다.
반면 김장을 직접 담가먹는 인구는 줄었다. 대상 종가집이 지난달 설문조사한 바에 따르면 조사대상 주부 3115명 중 54.9%가 김장을 포기했다고 대답했다. 이 중 절반 이상(58%)이 포장김치를 사서 먹겠다고 대답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도 56%가 김장 포기를 선언했다. 김치냉장고에 김장김치를 보관하는 소비자는 줄었는데, 김치냉장고 판매만 늘어난 어색한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업계는 소비자들이 김치냉장고에 김치 대신 다양한 식재료를 보관하면서 김치냉장고가 꾸준히 팔리는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식재료를 분리 수납하기 편한 스탠드형 제품이 덩달아 인기를 끌었다는 것이다. 또한 일반 냉장고의 보조 격으로 자주 꺼내 먹는 음식은 일반냉장고에 장기간 보관해 먹는 음식은 김치냉장고에 보관하는 라이프스타일도 정착됐다. 롯데하이마트 관계자는 “스탠드형은 뚜껑형보다 공간활용도가 높고 뿌리채소 보관, 와인 보관, 고기숙성 기능 등 일반냉장고에는 없는 다양한 기능이 탑재되어 있어서 보조 냉장고로 활용하기 좋다”고 말했다.
스탠드형 김치냉장고 중에서도 대용량 제품이 선호되는 것도 수납공간 때문이다. 롯데하이마트에서는 최근 3년간 400ℓ대를 넘는 대용량 스탠드형 김치냉장고의 매출 성장이 두드러졌다. 대용량 김치냉장고 판매 비중은 2016년엔 49%에서 올해 62%로 급상승했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