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최후의 보루’ 홍콩 이공대 아비규환…전쟁터 방불

입력 2019-11-18 17:38 수정 2019-11-18 17:45
홍콩 이공대학 부근에서 학생 시위대가 경찰을 피해 불길을 넘어 달아나고 있다. AP연합뉴스

홍콩에서 시위대와 경찰 간 극한 충돌이 이어지면서 시내 곳곳이 ‘전쟁터’로 변했다. 특히 학생 시위대가 ‘최후의 보루’로 삼고 있는 홍콩 이공대학은 가스통이 터지고 화재로 검은 연기가 치솟는 등 치열한 격전이 이어졌다. 최루탄과 화염병, 벽돌이 난무하는 거리, 피를 흘리면 경찰에 끌려가는 시위대 등 홍콩은 말 그대로 아비규환이었다.

홍콩 경찰은 18일 오전 5시 30분쯤 학생 시위대 수백 명이 점거를 한 채 격렬하게 저항하는 홍콩 이공대 교정으로 들어가 시위대 해산을 위한 진압 작전에 착수했다.

하지만 시위대는 화염병을 던지고 화살을 쏘고, 자체 제작한 투석기로 화염병이나 벽돌 등을 발사하며 격렬하게 저항했다. 시위대가 경찰 진입을 막기 위해 폐품 등을 쌓아놓고 불을 지르는 바람에 이공대 교정에서 검은 연기와 불길이 치솟고 폭발음도 들렸다.

폭발음은 시위대가 수십 통의 가스통을 경찰 쪽으로 던져 불을 내면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시위대는 “소방대원들이 들어와 불을 끄면 경찰들이 교내로 밀고 들어올 것”이라며 소방대원들의 화재진압도 저지했다.

경찰은 최루탄뿐 아니라 물대포 차 2대를 동원해 파란색의 물줄기를 쏘며 교정에 진입을 시도했다. 경찰은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 시작 후 처음으로 ‘음향 대포’로 불리는 장거리 음향장치(LARD)도 사용했다. 음향 대포는 최대 500m 거리에서 150㏈ 안팎의 음파를 쏴 고막이 찢어질 듯한 아픔과 구토, 어지러움 등을 유발한다.
활과 화살 들고 있는 홍콩 시위대.AP연합뉴스

경찰은 한때 교정 내부까지 들어갔으나 시위대의 저항이 워낙 거세 다시 후퇴해야 했다.
이공대 시위 현장에는 조만간 경찰 총수 자리에 오르는 ‘강경파’ 크리스 탕 경찰청 차장이 직접 나와 진입 작전을 진두지휘했다. 이공대 인근에는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 막사도 있다.

전날에는 시위대가 인민해방군 막사 인근 저지선을 향해 돌진하자, 홍콩 경찰이 차량을 향해 실탄을 발사하기도 했다. 시위대는 장갑차가 이공대 교정으로 진입하려 하자 화염병을 던져 불태웠다.

시위대가 경찰의 격렬한 충돌이 벌어진 이공대는 홍콩 중문대와 시립대, 침례대등 대부분의대학에서 시위대가 철수하면서 홍콩 시위대의 ‘최후의 보루’로 여겨지고 있다. 일부 강경파 학생들은 유서를 써놓고 경찰과 대치하며 ‘결사 항전’을 다지고 있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이공대 졸업생인 찬 씨는 “교내에 있는 학생들 절반은 떠나고 싶어하고 절반은 남기를 원한다”며 “하지만 떠나려 해도 떠날 수 없다”고 말했다. 학교 측 관계자는 “일부 학생은 정신적으로 붕괴해 있고 일부는 공황 상태”라며 “사태를 더 끌고 가면 안된다”고 말했다. 게다가 시위대가 비축해 둔 음식 등 물자도 바닥나고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이공대 학생회는 “교내에 수천 명의 학생이 갇혀 있다”며 “최소한 3명이 최루탄 등에 눈을 다치고, 40여 명이 경찰의 물대포에 맞아 심각한 저체온증에 시달리는 등 부상자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시위대를 체포하고 있는 홍콩 경찰.AP연합뉴스

경찰이 거칠게 진입작전을 펼치자 학생들이 이공대를 빠져나오려다 경찰에 검거됐다. 경찰은 침사추이에서 시위대 100여 명을 검거했다. 경찰은 이공대 교정을 전면 봉쇄한 채 교내 진·출입을 모두 차단하고 탈출을 하는 시위대는 검거해 폭동 혐의로 처벌하기로 했다.

홍콩 시내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곳곳에서 시위가 벌어져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이로 인해 일부 병원들도 직원들의 지각이 속출해 업무 차질을 빚었고, 중국공상은행은 시위 상황을 고려해 침사추이와 몽콕 등 일부 지점의 문을 닫았다. 시위가 격화된 전날 저녁부터 홍콩섬과 카오룽 반도를 연결하는 크로스하버도 폐쇄됐다. 지하철도 곳곳에서 운행이 중단되거나 차질을 빚었다.

시위대는 침사추이와 야우마테이, 센트럴 등에서도 바리케이트를 치고 경찰과 격렬하게 충돌했다. 친중국 성향의 맥심그룹이 운영하는 스타벅스는 이날도 시위대의 표적이 돼 일부 매장의 유리창 등 시설이 파괴됐다.

시위 사태가 격화하자 홍콩 교육 당국은 홍콩 내 모든 초·중·고등학교, 특수학교에 내린 휴교령을 19일까지 연장한다고 밝혔다. 유치원과 장애아 학교의 경우 휴교령은 24일까지로 연장됐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