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企 52시간제 9개월 이상 계도기간…노동·경영계 모두 반발

입력 2019-11-18 17:36 수정 2019-11-18 18:05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이 18일 오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브리핑실에서 '주52시간제 입법 관련 정부 보완대책 추진 방향'을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재갑 고용노동부 장관은 18일 내년 1월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중소기업의 주 52시간제 안착을 위한 대책을 발표했다. 이 장관은 50∼299인 기업에 9개월 이상의 계도기간을 부여하되 소규모 기업에 대해서는 더 긴 계도기간을 줄 것이라고 했다. 정부는 앞서 300인 이상 대기업에 대해서는 6개월의 계도기간을 일괄적으로 부여하고 일부 기업에 대해서는 3개월의 추가 계도기간을 부여했다.

이 장관은 “대기업에 6개월에 3개월을 더한 9개월을 줬으니 그보다는 더 긴 기간을 중소기업에 부여하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계도기간에 대해 “입법되더라도 하위 법령을 준비하는 데 3~4개월 소요될 것이고 이를 토대로 각 사업장에서 탄력근로제를 도입할 경우에도 노사 합의가 필요하다. 그러므로 일정 부분 계도기간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에 충분한 준비 기간을 준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 컨설팅 결과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했다. 그는 “지난 6월 실태조사를 하고 지난달부터 취약 사업장 4000곳을 선정해 1 대 1로 컨설팅을 하면서 내년 1월 시행이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주 52시간제 도입은 기업 처벌 목적이 아니다. 제도가 현장에 안착하도록 하기 위해 좀 더 준비 기간을 주는 것”이라고 했다.

특별연장근로 허가 요건에 ‘경영상 사유’도 포함하기로 했다. 그는 이와 관련 “경영상 사유는 통상적인 업무 과정에서는 예상하지 못했던, 갑자기 업무량이 증가하는 경우 등이다. 갑자기 회사 기계가 고장 나 수리를 해야 할 경우처럼 돌발적인 상황으로 이해하면 되겠다”고 설명했다.

현재는 천재지변 등 자연재해만을 특별연장근로 인가 사유로 정하고 있는데 인가 사유에 경영상 사유 등을 추가해 다른 나라 수준에 맞춘다는 계획이다.

특별연장근로는 최장 1개월 단위로 신청할 수 있다. 이 장관은 “실무적으로는 (기업이 특별연장근로 사용 기간을) 길게 신청할 경우 1개월 단위로 끊도록 하고 있다. 1개월 단위로 하되 불가피하면 재신청하도록 하고 있다. 노동자 건강권 보호와 관련해서는 시행규칙 규정은 없지만, 건강권 보호 조치를 하도록 지도하는 형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고용 한도 상향 조정에 대해서는 제한적으로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그는 “우리나라 (용접 등 6개) 뿌리산업이라든지 영세기업의 경우 구인에 굉장히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이 있다. 그런 기업의 경우 주 52시간제를 준수하기 위해서는 인력을 더 뽑아야 하는데 충분히 채용하지 못한다. 그런 경우에 한정해 한시적으로 외국인 고용 한도를 상향 조정하겠다는 의미”라고 했다.

노동계와 경영계 양측 모두 강하게 반발했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이날 최저임금 1만원에 이어 노동시간 단축 정책마저 포기하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분노하며 총파업 투쟁을 준비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부가 50~299인 기업에 계도기간을 주는 데 대해 시행 준비를 하지 않는 사업장을 핑계로 유예 요구를 수용했다고 노조 측은 비판했다.

한국노동조합총연맹(한국노총)도 대변인 논평을 내고 일시적인 업무량 증가와 경영상 사유는 사용자가 언제든 주장할 수 있는 사유로 자의적 판단이 가능하다고도 비판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도 이날 논평에서 상당수 중소기업이 근로시간 단축 준비가 부족한 현실에서 근본적인 대책이 될 수 없으며 법으로 시행 시기를 1년 이상 유예해야 한다고 밝혔다.

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