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신제품이라더니 흔한 중국산… 칫솔 크라우딩펀드 취소 사태

입력 2019-11-18 15:23
다모칫솔 소개 영상 및 소개글. 와디즈 화면 캡처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에서 솜털처럼 얇은 칫솔모로 펀딩을 유도한 칫솔이 알고 보니 중국에서 흔히 판매되는 값싼 제품으로 확인돼 소비자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다모칫솔’로 불리는 이 제품은 지난달 30일부터 이번 달 20일까지 펀딩 기간을 열어 놓고 소비자들의 구매를 독려하고 있었다. 펀딩 마감을 3일 앞둔 지난 17일 현재 4500명 이상이 참여해 1억3000억원이 넘는 금액을 모을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그런데 마감을 며칠 앞두고 다모칫솔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영상들이 SNS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솜털만큼 얇은 칫솔모를 혁신이라고 내세웠지만 사실은 중국에서 흔히 판매되는 칫솔이라는 것이다.

다모칫솔에 대한 홍보문구. 와디즈 캡처


지난 17일 유튜브에 올라온 다모칫솔 고발 영상에 따르면, 이 칫솔은 홍보 초기 칫솔모가 0.001㎜라고 소개했지만 펀딩에 참여한 사람들이 칫솔모의 실제 두께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자 0.003㎜로 변경했다.

다모칫솔이 중국 OEM 제품이라는 회사 주장에 대해서도 이 영상은 문제를 제기했다. OEM 제작은 생산을 제외한 디자인과 주문 등 모든 작업을 주문자가 총괄하는 것을 의미한다. 그러나 다모칫솔은 중국 온라인상거래 플랫폼인 ‘알리바바’에서 동일 제품이 판매되고 있으며, 한국에서도 ‘만모칫솔’이라는 이름으로 유사한 제품이 유통되고 있다는 것이다.

중국 알리바바에서 게시된 다모칫솔과 동일한 제품. 알리바바 홈페이지 캡처

만모칫솔이란 이름으로 다모칫솔과 동일하게 국내 온라인에서 판매되고 있는 현장. 네이버 쇼핑 캡처

다모칫솔의 펀딩 가격도 문제다. 크라우드펀딩 사이트 와디즈에 게시된 다모칫솔의 가격은 칫솔 한 개당 2500원이다. 그러나 중국에서 유통되고 있는 동일한 제품의 가격대는 1.8위안(약 300원)이다. 영상은 원가와 합해지는 각종 운송비와 관세를 포함하고도 2500원으로 판매하는 게 과연 적절한지 의심이 간다고 지적했다.

다모칫솔 판매가. 와디즈 캡처

다모칫솔을 둘러싸고 각종 의혹이 제기되자 제품을 펀딩한 사람들의 항의가 빗발쳤다. 한 누리꾼은 와디즈에 “이젠 하다 하다 남의 물건 떼어다가 직접 개발한 것 마냥 팔려고 하는 업체를 만났다”는 글을 남겼다. 또 다른 누리꾼은 “와디즈는 뭐하고 있는가. 알림신청 같은 것만 카톡으로 보내지 말고 현 프로젝트는 문제가 있으니 펀딩하지 말아라, 중단하라는 등의 알림도 보내라”고 댓글을 남겼다.

다모칫솔에 대한 항의 댓글. 와디즈 캡처

와디즈는 결국 18일 오전 다모칫솔의 펀딩 프로젝트를 취소하고 사과문을 올렸다. 사과문에서 와디즈는 “많은 서포터분들께서 신고하기와 댓글을 통해 본 프로젝트와, 나아가 와디즈의 메이커, 제품 및 서비스에 대한 심사 기준에 의문을 제기했다”며 “신뢰를 지향하는 플랫폼으로서 서포터분들이 의문을 갖고 프로젝트를 지켜보시게 된 것에 대해 이유를 불문하고 진심으로 죄송한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이어 “11월 18일 오늘 중 본 프로젝트를 취소하기로 결정했다. 와디즈의 제품 검증 기준에 대해 빠른 시일 내 공유 드릴 것을 약속한다”고 덧붙였다.

김영철 인턴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