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큰 손’은 경제적 여건 안정된 35~44세 여성으로 나타나
최모(34·여)씨는 한 대에 몇 백만원이나 하는 노령견 전용 ‘고농도 산소 발생기’를 월 7만원에 대여하고 있다. 반려견인 캔디가 심장병으로 종종 호흡곤란 증세를 일으켜서다. 최씨는 “매번 병원에 가기도 어렵고, 병원에 가면 같은 기기로 진료하면서 기기 대여료보다 더 비싼 진료비를 요구한다”고 말했다. 최씨는 캔디의 사료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으로 주문한다.
집에서 모든 경제 활동이 이뤄지는 ‘홈코노미(Home+Economy)’가 뜨고 있다. 여가나 소비 등을 집에서 해결하는 생활이 일상화하면서 홈코노미 관련 업종의 하루 평균 카드결제 건수는 최근 1년반 사이 배 가까이 늘었다. 특히 25~34세 연령대가 홈코노미를 이끌고 있다.
KB국민카드는 18일 ‘가정에서의 소비활동 분석’ 보고서를 내고 “올해 2분기 홈코노미 관련 업종에서 발생한 하루 평균 카드결제 건수가 지난해 1분기보다 1.9배 증가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월부터 올해 6월까지 25~54세의 KB국민카드 고객이 홈코노미 관련 업종에서 결제한 데이터 4492만건을 분석한 결과다. 홈코노미 관련 업종은 음식 배달앱, 가전 렌탈, 일상용품 배송, 집안·차량 관리, 오락 콘텐츠 등 5개 분야로 분류했다. 소비자 설문조사는 홈코노미 서비스를 이용한 고객 1200명을 연령대(25~34세, 35~44세, 45~54세)로 나눠 했다.
조사 결과, 5개 업종 가운데 음식 배달앱 성장세가 가장 가팔랐다. 올해 2분기 음식 배달앱의 하루 평균 카드결제 건수는 지난해 1분기 대비 2.14배 늘었다. 같은 기간 자녀·반려동물 돌봄 서비스나 출장 청소·세차 등 관리 업종은 2.01배 성장했다. 영상·음악·도서·게임 등 오락 콘텐츠 업종이 1.83배로 뒤를 이었다.
사회초년생인 25~34세가 전체 결제 건수의 53.7%를 차지하며 홈코노미 관련 업종을 가장 빈번하게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큰 손’은 경제적 여건이 안정된 35~44세 여성(19.1%)이었다. 이들의 건당 결제액은 2만8840원으로 전체 평균 건당 결제액(2만4393원)보다 컸다.
또한 모든 여가 활동을 집에서 해결하려는 흐름이 홈코노미 성장으로 이어지고 있다. 홈코노미 서비스 이용자들 가운데 35.9%는 집에서 보내는 시간이 지난해보다 늘었다고 답했다. 여유 시간을 집에서 보내는 게 진정한 휴식이라고 생각한다고 답변도 49.5%나 됐다. KB국민카드 관계자는 “1인 가구 증가와 디지털 기술의 발달로 홈코노미 산업이 점점 다양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