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율이 0명대로 떨어졌지만 아동용품 시장과 반려동물 시장은 오히려 활기를 띠고 있다. 과거에는 여러 자녀에게 나누어 투자했을 시간과 비용을 한 아이 혹은 반려동물에게 쏟기 때문이다. 업계도 이처럼 새로운 가족 구성에 맞는 판촉행사를 경쟁적으로 벌이고 있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의 올 한해 아동용품 매출은 지난해 대비 6.0% 성장했다. 신생아 용품으로 한정하면 11.4%로 성장 폭이 더 가팔라진다. 신세계백화점은 지난 5월 프리미엄 유아용 카시트 전문 브랜드 싸이벡스의 첫 백화점 오프라인 직영 매장을 유치했다. 프리미엄 유모차 브랜드 ‘스토케’와 ‘부가부’의 매출도 꾸준히 오르는 추세고 휴대용 유모차 브랜드 ‘베이비젠 요요’도 신규매장을 연 상태다.
신세계백화점은 “출생률이 낮아지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오히려 프리미엄 신생아 용품 매출은 점점 오르는 추세”라며 “특히 아이의 몸에 닿는 제품들은 가격에 상관없이 가장 좋은 것으로 구매하는 고객들이 많다”고 진단했다.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8월 전국 출생아 수는 2만4498명으로 전년보다 2973명(10.9%) 감소했다. 역대 8월 기준 최저치다. 출생아 수는 2015년 12월(3만910명) 이후 45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2019년 2분기 합계출산율은 0.91명을 기록했다.
태어나는 아이들이 워낙 적은 탓에 온 가족이 한 아이에게 정성을 쏟고 쉽게 지갑을 여는 분위기도 매출 증가에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유통업계에서는 부모 조부모 삼촌 이모 지인 등 가족구성원 10명에게 용돈을 받는 텐포켓족이 주된 마케팅 대상이다.
이커머스에서도 육아용품이 잘 팔린다. 아이와 함께 어디 한 곳 움직이기 쉽지 않은 부모들에게 주문만 하면 배송이 되는 이커머스는 동아줄 같은 존재다. 올 한해 업계를 사로잡은 화두 ‘새벽배송’은 이런 고민에 해법을 제시하며 주목받기 시작했다. 어린아이를 둔 부모들은 분유, 기저귀 등 육아용품을 집에서 주문하며 ‘신세계’를 체감하기 시작했다. 티몬에서는 지난해 30대 고객 매출 1위가 육아용품군이었다.
아이를 아예 낳지 않는 가정이 반려동물을 가족처럼 생각하는 ‘펫팸(Pet+Family)족’이 되면서 반려동물용품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아이에게 쏟을 시간과 비용을 반려견에 투자하는 젊은 부부들이 시장을 형성한 것이다. 미스터피자는 지난 9월 반려견 전용 피자 ‘미스터펫자’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미스터피자 관계자는 “반려동물을 위한 소비를 아끼지 않는 펫팸족들이 유통가 주요 소비자로 떠오르며 펫 푸드의 제품 카테고리가 다변화되고 있다”며 “미스터펫자를 시작으로 소비자들이 또 하나의 가족인 반려동물과 즐거운 외식 생활을 즐길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생활가전 기업 쿠쿠는 지난 9월 ‘인스퓨어 펫 전용 공기청정기’를 출시했다. 쿠쿠의 ‘인스퓨어펫 전용 공기청정기(AC-N12XP20FW)’는 ‘펫 모드’를 탑재해 반려동물 털과 그로 인해 발생되는 각종 먼지를 보다 강력한 바람으로 흡입해 실내 공기 질을 빠르게 정화할 수 있다. 공기청정기를 구매할 때 아이 건강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소비자들이 많다는 점을 감안하면 반려동물을 가족으로 생각하는 인구가 그만큼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 쿠쿠 관계자는 “인스퓨어 펫 전용 공기청정기는 개발 단계부터 반려동물 가구의 라이프스타일을 꾸준히 분석하고 고객들의 요구를 반영해 개발된 제품”이라고 밝혔다.
이택현 기자 alle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