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과 미국 국방 당국은 이달 진행할 예정이던 한·미 연합공중훈련을 전격 연기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은 이 훈련을 두고 외무성 순회대사 담화에 이어 최고정책지도기관인 국무위원회 대변인 담화까지 내면서 극렬하게 반발해 왔다.
한·미가 결국 훈련 연기를 결정한 것은 북·미 비핵화 협상을 위한 외교적 노력을 견인하려는 조치로, 북·미 실무협상 재개를 염두에 둔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과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열린 아세안확대 국방장관회의(ADMM-Plus) 참석을 계기로 회동해 이달 예정된 연합공중훈련 연기를 결정했다고 국방부 관계자가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한·미 언론 공동기자회견에서 “한·미 국방부 간 긴밀한 협의와 신중한 검토를 거쳐 저와 정 장관은 이번 달에 계획된 연합공중훈련을 연기하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그는 “양국의 이런 결정은 외교적 노력과 평화를 촉진하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선의의 조치”라며 “북한 역시 연습과 훈련 그리고 (미사일) 시험을 시행하는 결정에 있어 이에 상응하는 성의를 보여주기 바란다”고 했다.
에스퍼 장관은 “우리는 북한이 조건이나 주저함이 없이 협상 테이블로 다시 돌아오기를 촉구한다”며 “한·미 양국이 연합훈련을 연기하기로 결정했지만, 한반도의 연합전력에 높은 수준의 준비태세가 유지될 수 있도록 지속 보장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장관은 “이번에 연기하는 훈련을 언제 다시 시작할 것인가라는 부분은 앞으로 진행되는 사안을 보면서 한·미 간에 긴밀하게 공조 협조하면서 결정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군 일각에서는 연합공중훈련이 연내 시행되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앞서 한·미 당국은 ‘비질런트 에이스’(Vigilant Ace)라는 명칭으로 진행된 한·미 공군훈련을 대체해 이달 중 대대급 이하의 연합공중훈련을 실시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이를 두고 북한 국무위원회 대변인은 지난 13일 담화에서 “대화상대인 우리 공화국을 과녁으로 삼고 연합공중훈련까지 강행하며 사태발전을 악화일로로 몰아넣은 미국의 분별없는 행태에 대해 더는 수수방관할 수 없다는 것이 우리의 공식 입장”이라고 주장했다.
또 “우리 인민의 분노를 더더욱 크게 증폭시키고 있다”며 “우리는 아무런 대가도 없이 미국 대통령이 자랑할 거리를 안겨줬으나 미국 측은 이에 아무런 상응조치도 취하지 않았으며 우리가 미국 측으로부터 받은 것이란 배신감 하나뿐”이라고 비난했다.
북한의 이런 반발에 대해 한·미는 지난 15일 서울에서 열린 제51차 안보협의회(SCM)에서 연합공중훈련 조정 문제를 협의했다.
한·미는 2015년부터 매년 12월 연례적으로 비질런트 에이스를 실시해 왔다. 2017년에는 미군 최신예 스텔스 전투기 F-22, F-35A, F-35B와 전략폭격기 B-1B 랜서 등이 한반도에 전개, 한국 공군과 실제 북한 주요 핵심 지점 폭격을 가정한 훈련을 진행했다. 다만 지난해는 북한과 비핵화 대화 국면에 따라 이를 유예하고 한·미가 각각 단독 훈련을 실시했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