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일 국방장관, ‘지소미아 대좌’했지만 냉랭…“원론적 대화”

입력 2019-11-17 13:49 수정 2019-11-17 14:16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한 관계자가 취재진에게 나가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일 국방장관이 17일 태국 방콕에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시한 종료 닷새를 앞두고 회담 했지만, 반전은 없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은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호텔에서 고노 다로(河野太郞) 일본 방위상과 국방장관회담을 마친 뒤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 원론적인 수준에서 대화를 나눴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원론적인 수준에서 얘기가 됐다”며 “중요한 것은 국방 분야 얘기보다는 외교적으로 풀어야 할 것이 많으니 외교적으로 잘 풀릴 수 있도록 노력을 해달라고 적극적으로 주문했다”고 말했다.

그는 “지소미아와 관련해서는 일본에서는 계속해서 유지해나가기를 바란다는 입장을 밝혔고 저는 우리 한국에서, 우리 국민들께 계속해서 설명을 해드렸지만, 올 6월까지 우리 정부 입장은 연장하는 것이었다”면서 “그 이후 일본이 수출규제 조치를 하면서, 안보상의 신뢰를 훼손했기 때문에 우리가 지소미아를 종료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는 말을 했다”고 전했다.

정경두 국방부 장관이 17일 태국 방콕 아바니 리버사이드 호텔에서 열린 한-일 국방장관 회담에서 고노 다로 일본 방위상과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정 장관은 회담에 앞서 있었던 모두 발언에서 “일본은 대한민국과 가장 강한 우방으로 경제 사회 문화 여러 분야에서 발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렇게 관계가 침체되어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깝게 생각한다. 이번 기회를 통해서 앞으로 양국 발전을 위해 국방부 간 협력을 통해 함께 해나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고노 방위상은 “북한이 탄도미사일 발사를 계속하는 등 동아시아 안보 환경이 아주 어려운 상황에 놓인 가운데 일·한, 일·한·미 공조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일·한 사이에서는 여러 과제들이 발생해 양국 관계에 상당히 어려운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며 “일·한 간의 문제, 북한 정세 등 앞으로 일·한 교류 협력을 제안한다”고 했다.

한·일 국방장관회담에 이어 이날 오후 1시35분(현지시간)부터 정 장관,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 고노 방위상이 참석하는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이 열린다. 한국이 지소미아 종료 결정 방침을 발표한 이후 한미일 국방장관도 처음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다.

지소미아는 오는 23일 0시 시한이 만료되기 때문에, 이번 방콕의 한·일 및 한·미·일 국방장관회담에서 일본의 태도 변화 가능성 등 실마리를 찾지 못하면 예정대로 종료될 가능성이 커 보인다.

정 장관은 회담장에 들어가기 전 기자들과 만나 ‘양측에 긍정적인 기류가 있냐’ 등 질문에 “없어, 없어”라며 한·일 간에 의견 차가 여전한 상황을 전했다.

5분 늦게 회담장에 들어선 고노 방위상은 ‘지소미아와 관련해 새로운 제안이 있냐’, ‘지소미아 연장에 대해 낙관하냐’는 취재진 질문에 굳은 표정으로 침묵하며 회담장에 들어갔다. 양국 장관은 5초가량 서서 악수를 하고, 자리에 앉자마자 테이블에 있는 컵에 각자가 물을 따랐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