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사가 체질’ 트럼프, 日에도 방위분담금 대폭 올려 10조원 요구

입력 2019-11-16 21:12 수정 2019-11-16 21:13
美 현직 관료 “동맹국 가치,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 비판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일본에도 방위비 분담금을 현행 수준보다 5배가량 증액할 것을 요구했다고 일본 언론이 16일 보도했다.

교도통신은 일본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미국 정부가 지난 7월 방일한 존 볼턴 당시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통해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 관련 이 같은 입장을 일본 측에 전달했다고 전했다.

일본의 주일미군 경비 분담금은 2019년도(2019년 4월~2020년 3월) 예산으로 1974억엔이 책정됐다는 점에 비춰, 미국 측의 요구대로 하면 단순 계산으로도 9800억엔(약 10조5270억원)을 넘는 막대한 액수라고 통신은 지적했다.

볼턴 전 보좌관의 주일미군 방위 분담금 확대 요구에 대해 일본 정부는 바로 거부했다고 한다.

미 외교전문매체 포린폴리시도 15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일본 정부에 주일미군 유지 비용으로 현재의 약 4배에 달하는 80억달러(9조3360억원)를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포린폴리시 역시 전·현직 미 관료의 말을 밀려 지난 7월 동북아 지역을 방문한 볼턴 전 보좌관과 매슈 포틴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보좌관이 일본 측에 이런 요구를 했다고 말했다. 양국의 방위비 분담금 협정은 2021년 3월 종료되며, 현재 일본에는 미군 5만4000명가량이 주둔 중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간 미·일 안전보장조약이 ‘불공평’하게 체결됐다고 주장하면서 일본 정부의 방위비 분담금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다만 구체적으로 주일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얼마나 증액할 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이 없었다.

내년 11월 대선에서 재선을 노리는 트럼프 대통령은 해외 주둔 미군의 경비부담 축소를 외교 성과로 내세우기 위해 한국과 일본,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NATO) 회원국 등에 대해 방위비 분담금을 늘리라고 압박을 가하는 상황이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고위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트럼프 정부는 한국 정부에 대해 현재의 5배 수준인 47억달러(5조4850억원) 정도까지 방위비 분담금 확대를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 문제 등을 협의하기 위해 방한했던 마크 에스퍼 미 국방부 장관은 지난 15일 “한·미동맹은 매우 강한 동맹이며 대한민국은 부유한 국가이기 때문에 조금 더 부담을 할 수 있는 여유가 있고 조금 더 부담을 해야만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다음달 나토 정상회에 참석해서도 회원국들의 방위비 증액 및 책임 분담을 촉구할 계획이다.

포린폴리시에 따르면 미 중앙정보국(CIA) 출신의 브루스 클링너 헤리티지재단 선임연구원은 “과도한 분담금 인상은 물론 이런 방식으로 증액을 요구하면 전통적 우방들에 반미주의를 촉발할 수 있다”며 “동맹을 약화하고 억지력과 미군의 주둔 병력을 줄이게 된다면 북한, 중국, 러시아에 이익을 주게 된다”고 비판했다.

한 현직 관료는 “방위비 분담금 증액 요구는 동맹국들의 가치를 완전히 잘못 이해한 것”이라며 “또 러시아, 중국과 같은 이른바 강대국에 초점을 맞추도록 정책을 전환하려는 미국의 전략과도 배치된다”고 지적했다고 한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