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야후 동맹‘ 장애물은 독과점?… 미 IT기업도 논란

입력 2019-11-15 13:18 수정 2019-11-15 13:19

“생활 곳곳에 스며들어 있는 2개 회사의 통합은 우리에게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라인(LINE)’과 ‘야후재팬’의 동맹 계획에 대해 일본 아사히신문은 “해외 IT 기업에 대항하는 존재가 될 것”이라며 이렇게 평가했다. 라인은 가입자가 전 세계 1억7000만명에 달하는 글로벌 메신저 서비스다. 야후재팬은 일본 최대의 검색 서비스이자 3위 전자상거래 업체다. 각각 네이버와 소프트뱅크라는 굴지의 기업을 뒤에 두고 있다. 양사가 손을 잡는다면 메신저와 검색, 쇼핑·모바일 결제 등이 결합된 ‘슈퍼 앱’이 탄생할 수 있다. 이번 통합 추진에 ‘세기의 담판’이란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그러나 ‘공룡 IT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기대와 우려가 공존한다. 온라인의 막대한 지배력을 이용해 경쟁사를 견제하고, ‘불공정 경쟁’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미국은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의 등장으로 오프라인 소매업체의 폐점이 줄을 잇고 있다. 이른바 ‘아마존 이펙트’다.

현재 아마존을 비롯해 구글과 애플, 페이스북 등 대형 IT기업은 현재 미국 법무부, 연방거래위원회의 반(反)독점 조사를 받고 있다. 라인과 야후재팬의 통합도 일본 공정거래위원회(JFTC)의 기업 결합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아사히신문은 “(양사의 합병이) 기업 결합에 대한 새로운 가이드라인의 테스트 사례가 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금융시장은 합병이 원활하게 진행된다면 라인과 야후재팬 간의 시너지 효과가 극대화될 것이라고 내다본다. 모바일이 약한 야후재팬과 커머스(가맹점 등)·핀테크(제휴 금융사) 인프라가 필요한 라인이 ‘윈-윈’하는 결과가 될 거라는 분석이다. 이창영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모바일 간편 결제 등에서 양사의 출혈 경쟁이 자제되고, 일본 결제 시장이 ‘현금 없는’ 시장으로 가속화될 경우 그 결실을 나눌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두 회사가 가진 막대한 분량의 빅데이터도 강점으로 꼽힌다. 김학준 키움증권 연구원은 “두 업체가 협력해 양질의 유저 데이터를 확보할 수 있고, 향후 전자상거래 사업의 성장을 바탕으로 결제, 핀테크 사업의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러한 기대감 속에 미국 나스닥에 상장한 라인의 주가는 지난 13일 26.61% 폭등했다. 국내 코스피 상장사인 네이버 주가도 14일 장중 한때 17만9500원까지 올랐었다.

이러한 합병의 배경에는 ‘규모의 경제’를 키워야 한다는 위기감이 자리한다. 일본 인터넷 광고시장의 규모는 약 15조엔(약 17조원)인데, 이 가운데 50~70%를 이른바 ‘GAFA(구글·아마존·페이스북·애플)' 등 해외 기업이 차지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기업 텐센트, 알리바바 등이 게임·결제 시장에 진출하면서 자국 기업과의 경쟁도 심화되고 있다. 일본 내 인터넷 시장의 지배력을 잃지 않기 위해 알리바바와 같은 ’메가 플랫폼‘을 일본에서 구현한다는 게 손정의 소프트뱅크 회장의 구상으로 알려져 있다.

다만 관건은 ‘데이터 독과점’ 논란을 어떻게 극복하느냐에 달렸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거대 IT 기업의 디지털 독과점에 대해 제동에 나설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대선이 다가오면서 구글과 아마존, 페이스북 등을 향한 미 정치권의 공세도 거세지고 있다. 민주당 대선 후보인 엘리자베스 워런 상원의원은 ‘구글 해체’를 주장하고 있다. 미국 48개주는 구글의 반독점 행위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일본 공정위도 최근 대형 IT기업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IT기업들의 데이터 과점 행위가 법적으로 문제가 될지 살펴본 뒤 감독하겠다는 방침이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