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원산에 군용기 수십대…비행훈련? 에어쇼? 무력시위?

입력 2019-11-15 12:01
지난 11일과 13일 북한 원산공항에 도열해 있는 북한 군용기를 찍은 상업 위성사진. 38노스 홈페이지 캡처

북한 강원도 원산 갈마공항에 군용기 수십 대가 도열해 있는 장면이 포착됐다.

미국의 북한전문매체 38노스는 14일(현지시간) “최근 촬영된 상업 위성진들을 보면 북한의 원산 갈마 국제공항 유도로와 계류장에서 날개를 맞대고 도열한 수십 대의 군용기를 볼 수 있다”고 전했다. 제니 타운 38노스 편집장은 “갈마공항에 도열해 있는 항공기는 전투기와 헬리콥터, 수송기, 공격기 등 군용기”라면서 “여기서 이런 광경을 보는 건 드문 일”이라고 미 공영방송 NPR에 설명했다.

38노스가 홈페이지에 공개한 분석결과를 보면 지난 11일 촬영한 사진에선 갈마공항 북쪽 활주로에 미그(MiG)-15 전투기 6대와 MiG-17 4대, MiG-29 6대, 수호이(Su)-25 근접지원 공격기 14대, 일루신(Il)-28 폭격기 6대 등이 배치돼 있는 것으로 포착됐다. 또 이틀 뒤인 이달 13일 촬영한 사진에선 전투기가 추가 배치돼 MiG-15가 총 11대, MiG-17이 총 8대였다.

이외에도 공항 남쪽 끝자락엔 MiG-21로 추정되는 전투기 13대가 있었고, 남서쪽 활주로에선 소형 헬기(휴즈-500 또는 밀(Mi)-2 )와 중형 수송헬기(Mi-8 또는 14)가 각 6대, 그리고 소형 전술 수송기 An-2 8대가 있었다. 그리고 공항 보조 활주로 남쪽의 철도 연결 지점에도 7대의 MiG-21 전투기가 있었다.

38노스는 “목적은 불분명하지만 김정은의 시찰을 준비하는 것이거나 공군력을 보여주기 위한 것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어 “보류된 연례 검열비행훈련을 재개하는 것일 수도 있다”면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적을 파괴하는 공군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한 검열비행훈련을 자주 시찰했다”고 설명했다. 검열비행은 조종사나 항공기의 상태를 점검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38노스는 “날개를 맞대고 도열한 것을 보면 공중훈련 준비 목적보다는 에어쇼를 위한 것일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반면 영국 국제전략연구소(IISS)의 조셉 뎀시 연구원은 NPR과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2014~17년 기간 원산 일대에서 육해상의 목표물을 타격하는 비행훈련을 실시한 적이 있다”면서 비행훈련과 유사한 훈련의 가능성에 무게를 뒀다. 북한은 김 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이 성사된 작년엔 이 같은 훈련을 하지 않았다.

뎀시 연구원은 “갈마공항에 배치된 항공기 수가 예년 훈련 때보다 많아 보인다”면서 “가용 가능한 북한 내 군용기의 대부분이 나와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북한은 서류상으로는 상당한 규모의 공군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핵무기·미사일과 달리 전투기 등은 자체생산 능력이 없으며 최신무기들도 30~40년 전에 제조된 것들”이라고 지적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