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 투자자 연령 70세에서 65세 이상으로 확대
불완전판매 시 금융회사 수입의 최대 50% ‘징벌적 과징금’
은행들이 내년부터 손실 위험이 큰 ‘고위험(고난도) 사모펀드’를 못 판다. 투자자가 이해하기 어렵고 원금 손실 위험이 큰 상품의 경우 예·적금을 주로 다루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게 부적절하다는 취지다. 사모펀드 최소 투자금액은 현재 1억원에서 3억원 이상으로 높아진다. 고령 투자자 기준도 만 70세에서 65세 이상으로 강화된다. 리스크(위험)를 감당할 수 있는 사람만 고위험 상품에 투자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은성수 금융위원장은 14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고위험 금융상품 투자자 보호 방안’을 발표했다. 최근 대규모 원금 손실 사태가 벌어진 ‘해외금리연계형 파생결합펀드(DLF)’의 후속 대책이다. 은 위원장은 “이번 DLF 사태는 고위험 상품이 은행에서 판매되면서 투자자 보호 장치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해 벌어졌다”며 “은행의 고위험 사모펀드, 신탁 판매를 제한하겠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은 이날 발표에서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이라는 개념을 새롭게 제시했다. 고난도 금융투자상품은 파생상품이 포함돼 가치평가방법 등을 투자자가 알기 어렵고, 최대 원금손실 가능성이 20%~30% 이상인 상품을 의미한다. 구조화상품과 신용연계증권, 주식연계상품 등이 여기에 해당된다. 다만 고위험 상품이라도 공모펀드, 사모투자 재간접 펀드(사모펀드에 50% 이상 투자하는 공모펀드)는 은행에서 판매할 수 있도록 했다. 대신 녹취 의무, 숙려기간 부여 등 투자자 보호 제도가 강화된다. 보험사도 은행과 같은 규제가 적용된다.
여러 투자자에게 유사한 펀드를 사모 형태로 쪼개어 팔던 ‘꼼수’도 차단된다. 금융 당국은 기초자산 등이 비슷한 금융상품을 6개월 내 50명 이상에 판매할 경우 사모가 아니라 공모(公募)로 간주하기로 했다. 증권신고서 제출 등 공모 관련 규제를 피하기 위해 유사상품을 1호, 2호 등으로 나눠 팔지 못하도록 막겠다는 취지다. 은 위원장은 “공모펀드로 상품 설계를 하였다면 이번 DLF같은 상품은 출현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금융위는 관련 시행령 개정을 통해 내년 1분기부터 이 같은 방안을 시행할 방침이다.
고위험 상품 투자자에게 녹취·숙려제도를 적용한다. 고령 투자자 등 취약 투자자의 경우 투자 위험도와 상관없이 모든 금융상품이 녹취·숙려제도 대상이다. 고령 투자자 연령이 만 65세 이상으로 확대되면 적용 대상자는 237만명 정도 증가할 것으로 추정된다. 숙려기간 도중엔 명확한 승낙 의사 표시가 있어야만 투자가 확정된다.
금융회사의 ‘상품 설명의무’는 투자자와 판매 직원이 모두 자필이나 육성으로 직접 진술한 것만 인정된다. 금융회사는 모든 판매관련 자료를 의무적으로 10년간 보관해야 한다. 금융회사가 고객을 대상으로 실시하는 ‘투자성향 분류’에 대해선 1~3년의 유효기간을 설정하고, 이를 조작하거나 투자자 대신 기재하는 행위 등은 불완전 판매로 제재하기로 했다.
부실한 내부통제와 불완전 판매에 대한 금융회사 경영진 책임도 강화된다. 내부통제 기준과 관련해 경영진의 관리 의무를 부여하고, 소비자 피해가 발생할 경우 경영진을 제재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할 예정이다. 불완전판매의 경우 금융회사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이러한 조치가 담긴 금융소비자보호법 개정안의 국회 통과를 적극 추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