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화학, ITC에 “SK이노베이션 조기 패소 판결해달라”…증거인멸 의혹 제기

입력 2019-11-14 16:39 수정 2019-11-14 16:40

SK이노베이션과 영업 비밀 침해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SK이노베이션의 조기 패소 판결을 내달라고 요청했다.

LG화학은 ITC에서 진행 중인 ‘증거개시(Discovery·자료 요청과 증거 확보)’ 과정에서 SK이노베이션이 증거를 인멸하고, 조사 과정에 불성실한 태도로 임했다며 ITC에 SK이노베이션에 강도 높은 제재를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ITC 홈페이지에 공개된 LG화학의 요청서에는 “SK이노베이션의 패소 판결을 조기에 내려주거나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영업비밀을 탈취해 연구개발, 생산, 테스트, 수주, 마케팅 등 광범위한 영역에서 사용했다는 사실 등을 인정해 달라”는 내용이 담겼다.
사진=LG화학 제공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조사 과정에서 결정적 증거를 인멸했다고 주장했다. 지난 4월 29일 LG 화학이 ITC에 영업비밀침해 소송을 제기한 바로 다음 날 SK이노베이션이 이메일을 통해 자료 삭제를 지시하는 등 조직적인 증거인멸 행위를 했다는 것이다. LG화학은 “영업비밀침해 소송과 관련한 3만4000개에 달하는 파일 및 메일의 인멸 정황을 발견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ITC의 디지털 포렌식(범죄 증거를 밝히기 위한 디지털 분석법) 명령을 위반한 정황도 포착됐다고 비판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은 포렌식 대상인 75개 엑셀시트 중 1개만 포렌식을 진행했다”며 “나머지 74개는 ITC나 LG화학 모르게 별도의 포렌식 전문가를 고용해 자체 포렌식을 해왔다”고 말했다.

LG화학이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에 제출한 법적 제재 요청문서 첫 페이지. LG화학 제공

ITC가 LG화학의 요청을 받아들일 경우 ‘예비결정’ 단계까지 진행될 것 없이 피고에게 패소 판결이 내려지게 된다. 이후 ITC 위원회에서 ‘최종결정’을 내리면 원고의 청구에 따라 관련 제품에 대한 미국 내 수입금지 효력이 발생한다. 이렿게 되면 중간에 ‘상무부 예비판정’, ‘상무부 최종판정’이라는 두 단계를 건너뛸 수 있다.

LG화학의 요청을 두고 업계에서는 승소에 대한 LG화학의 자신감을 표현한 것이란 시각도 있는 반면 LG화학이 영업 비밀 침해의 결정적인 근거를 찾지 못해 강수를 뒀다는 해석도 나온다. SK이노베이션은 “소송에 충실하게 대응하겠다”고 전했다.

최예슬 기자 smart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