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얀마의 실권자’ 아웅산 수치 국가자문역이 로힝야족 집단학살과 관련해 소송을 당했다.
영국 일간 가디언 등은 14일(현지시간) 로힝야족 인권단체인 영국버마로힝야협회(BROUK)를 비롯해 중남미 인권단체들이 이날 ‘보편적 재판관할권’(universal jurisdiction)에 따라 수치 자문역을 비롯한 미얀마 고위급 지도자들을 로힝야족 집단학살과 관련해 아르헨티나 법원에 형사 소송을 제기했다고 전했다.
로힝야족 사태와 관련해 수치 자문역이 그동안 비난을 받아왔지만 직접적으로 소송 대상이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툰 킨 BROUK 회장은 “수십년간 미얀마 당국은 거주지역 내에 가두고 미얀마를 떠나게 하고 살인까지 저지르면서 우리를 완전히 파괴하려고 해왔다”며 소송 배경을 설명했다.
이번 소송과 관련해 언급된 ‘보편적 재판관할권’이란 인도주의에 반한 죄 등에 대해서는 어느 나라에서도 재판 관할권이 인정되는 것을 말한다. 인도주의에 반한 죄를 저지른 범죄인은 대부분 권력을 가진 자이기 때문에 소속국가에서 처벌되지 않는다. 또한 국제사법기구가 처벌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에서 제3국이 범죄인을 처벌할 수 있도록 가능성을 둔 것이다. 다만 대부분의 국가가 현실적으로 이런 소송을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다. 아르헨티나는 ‘보편적 재판관할권’에 적극적인 나라로 현재 아르헨티나 법원에 제기된 사건으로는 스페인의 독재자 프란시스코 프랑코 관련 형사 소송과 중국 정부의 박해를 받는 파룬궁 관련 소송이 있다.
유엔 미얀마 특별보고관을 역임하고 이번 소송에서 BROUK를 대리한 토머스 오제아 퀸타나 변호사도 AFP 통신에 “이번 소송은 집단학살의 가해자와 공범 그리고 그에 대한 은폐행위에 대한 형사 처벌을 모색하는 것”이라며 “달리 다른 곳에서 소송을 제기할 수 없어 아르헨티나를 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번 소송의 결과로 집단학살 가해자들에게 국제 체포영장이 발부되기를 희망한다”고 덧붙였다.
앞서 서아프리카의 무슬림 국가인 감비아는 무슬림계 로힝야족이 불교 국가인 미얀마에서 인종청소의 대상이 됐다며 이슬람협력기구(OIC)를 대신해 지난 11일 유엔 최고법정인 국제사법재판소(ICJ)에 미얀마를 고발했다. 소송 관련 변호사들은 46쪽 분량의 소장에서 ICJ가 신속하게 명령을 내려 “미얀마의 학살을 즉각 중단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와 별도로 역시 헤이그에 있는 국제형사재판소(ICC)도 미얀마의 대학살 혐의에 대한 예비조사에 착수한 상태다.
미얀마군은 2017년 8월 미얀마 서부 라카인주에서 로힝야족 반군 ‘아라칸 로힝야 구원군’(ARSA)이 항전을 선포하고 경찰초소를 공격하자, ARSA를 테러 단체로 규정하고 토벌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로힝야족 수천명이 사망했고, 74만명 이상이 국경을 넘어 방글라데시로 도망가 현재 난민촌에 거주하고 있다. 유엔을 비롯한 국제사회는 미얀마군의 행위를 ‘집단학살’ ‘반인도범죄’ ‘인종청소’로 규정하고 책임자 처벌을 추진하고 있지만, 미얀마 정부는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반박하고 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