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경기 하강 국면이 본격화하면서 주요 IT 기업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중국 IT 기업들은 자국 시장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경기 회복이 더딜 경우 침체를 벗어나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14일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3분기 중국 스마트폰 시장에서 화웨이를 제외한 주요 중국 제조사들이 두 자릿수 역성장을 기록하는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 들었다. 1위 화웨이만 출하량이 5150만대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4.6% 늘어났을 뿐, 2~4위인 비보(-18.9%), 오포(-21.7%), 샤오미(-30.5%) 등은 출하량이 많이 감소했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 스마트폰 시장 침체에 있다. 3분기 출하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6% 감소했다. 스마트폰 교체 주기가 길어지면서 수요가 줄어들자 더 이상 고속성장을 할 모멘텀이 없어진 것이다. 여기에 미·중 무역분쟁이 장기화하면서 미국의 집중 견제를 받는 화웨이를 중국 내에서 밀어주는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 다른 중국 업체들에는 마이너스가 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화웨이, 비보, 오포, 샤오미 등 대형 스마트폰 업체 외에 중소 업체들은 출하량이 59.3%나 감소했다. 경쟁력을 갖춘 대형 업체 몇 개를 제외하곤 생존이 어려워지는 국면에 접어들 수 있다는 예상이다.
전 세계 게임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 잡은 중국 텐센트도 실적 부진에 빠졌다.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텐센트는 올해 3분기 203억8000만 위안(약 3조4000억원)의 이익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233억3000만 위안)보다 13% 줄었다. 올해 들어 가장 저조한 분기 이익이고, 2018년 4분기 이후 처음으로 이익이 감소한 것이라고 로이터통신은 지적했다. 스마트폰 게임 신작이 기대만큼 흥행하지 못했고 미디어 광고, PC 게임 등의 매출도 감소한 게 원인으로 꼽힌다.
여기에 중국 정부가 강력한 게임 규제를 시행키로 하면서 텐센트를 비롯한 중국 게임 업체들의 미래가 더 불투명해질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중국 정부는 청소년들이 하루 1시간30분 이상 게임을 할 수 없으며, 오후 10시 이후엔 게임에 접속할 수 없도록 했다. 또 청소년들의 게임 아이템 구매 한도를 축소키로 했다. 중국 게임 규제가 강화되면서 중국 업체들이 한국 등 해외 진출에 열을 올릴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김준엽 기자 snoop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