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깜짝 물가 반등’에 점점 굳어지는 한·미 금리동결론

입력 2019-11-14 16:18 수정 2019-11-14 16:19

한국은행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올해 마지막 통화정책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달 미국 소비자물가가 반등세를 타면서 연준의 기준금리 인하 압력이 줄었기 때문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도 기준금리 동결 시그널(신호)을 시장에 보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제로(0)’ 금리가 부담스러운 한은 역시 기준금리를 연내에 추가 인하하진 않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미국 노동부는 지난달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전달보다 0.4% 올라갔다고 지난 13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는 지난 3월(0.4%) 이후로 가장 높은 상승률로 시장 전문가들의 예상치(0.3%)를 웃도는 것이다. 소비자물가는 지난 7월(0.3%)에서 서서히 둔화하더니 지난 9월에는 0.0%까지 내려앉았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소비자가 구입하는 상품이나 서비스의 가격변동을 나타내는 경제 지표다.

에너지 가격 상승이 소비자물가를 끌어올렸다. 특히 지난달 휘발유 가격 상승률(3.5%)이 크게 올랐다. 지난 8월(-3.3%)과 9월(-2.3%) 두 달 연속 가격 하락 추세를 보이다가 지난달 상승 전환했다.

가장 주목할 점은 전달보다 0.2% 상승한 근원 소비자물가다. 근원 소비자물가엔 외부 요인로 물가 변동폭이 큰 에너지와 식품 가격이 포함되지 않는다. 큰 폭으로 오른 에너지 가격을 빼고도 물가가 상승한 것은 미·중 무역분쟁과 글로벌 경기 침체에도 미국 내수가 아직 견고하다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이는 다음 달 10~11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 동결을 결정할 수 있는 명분을 더한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의 발언도 기준금리 동결 전망에 무게를 싣는다. 파월 의장은 13일 상·하원 합동경제위원회에 참석해 완만한 성장과 강한 고용시장, 2%에 근접하는 물가 등이 연준이 바라보는 경제 전망이라며 “미국 경제는 11년째 확장 국면”이라고 밝혔다.

파월 의장은 이어 앞선 세 차례의 기준금리 인하를 두고 “금리 인하의 충분한 효과를 보려면 시간이 어느 정도 지나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여기에다 지난달 30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성명을 보면 경기 확장을 지속하기 위해 적절히 행동하겠다는 문구를 삭제해 향후 금리 동결 가능성을 시사한 바 있다.

전문가들은 한국은행이 오는 29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것으로 본다. 미국과 기준금리 차이로 인한 자금유출이 우려스러운 데다 0%대가 가까워진 기준금리도 부담이다. 내년엔 경기가 바닥을 찍고 소폭 회복될 것이란 전망도 동결 가능성에 힘을 싣는다. 민경원 우리은행 연구원은 14일 “한은도 이미 두 차례 금리 인하 효과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굳이 연내에 기준금리를 끌어내리면서까지 ‘역대 최저 금리’라는 리스크를 가져가진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최지웅 기자 wo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