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서 불티나게 팔리는 문제적 저서 ‘반일 종족주의’

입력 2019-11-14 15:13
일본어로 번역된 문제의 책 '반일 종족주의'

일제강점기 위안부 동원과 징용의 강제성을 부정하고, 독도를 한국 영토라고 볼 학술적 근거가 충분치 않다고 주장해 논란이 된 책 ‘반일 종족주의’가 일본 인터넷 서점인 아마존 재팬에서 발간 첫 날 판매순위 1위를 기록했다.

일본 대형출판사인 문예춘추는 ‘반일종족주의 일한위기의 근원’이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이 책의 일본어판을 14일 공식 발간했다. 책의 공식 발간일은 이날이었지만 아마존 재팬은 사전 예약을 받아왔고 일부 서점들은 먼저 판매를 시작하기도 했다.

문예춘추는 이 책에 대한 대대적인 사전 광고를 벌여 일본 내부의 관심을 유도했다. 강제징용 배상 문제, 한일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 파기 등으로 악화일로를 걷고 있는 한·일 관계와 맞물려 일본 내에서 일고 있는 혐한 분위기에 편승한 것이다. 출판사 측은 당초 3만부만 찍기로 했던 초판을 5만부로 늘렸다.

이영훈 이승만학당 교장(전 서울대 교수) 등이 공동 집필한 이 책은 지난 7월 한국에서 출간된 이후 한국 사회에서도 논란의 중심에 서며 높은 판매고를 올렸다. 위안부 및 강제징용은 물론 이와 관련된 한일 청구권 협정, 독도 문제 등 한일 관계의 민간한 사안들을 건드린 이 책을 두고 뜨거운 찬반 논란이 일었다. 특히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이 이 책에 담긴 주장들은 전면 비판하며 친일 논란으로까지 이어졌다. 조 전 장관은 지난 8월 장관 후보자 시절 페이스북을 통해 “이런 구역질 나는 내용의 책을 낼 자유가 있다면, 시민들은 이들을 ‘친일파’라고 부를 자유가 있다”고 말했다.

대표저자인 이 전 교수는 문예춘추가 발간하는 월간지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어판을 내는 이유로 “지금 보통의 일본인들은 한국인 대부분이 ‘반일’(反日)이라고 생각하고 있겠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한국 국민도 많다는 것을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들의 저서가 한국에서 베스트셀러가 됐던 이유에 대해 “우리 책은 한국 정치에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 국민들에게 받아들여졌다. 다수는 아니나 30~40%쯤 된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위기감을 가지고 있는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이 전 교수는 “한국인들도 자신들이 어떤 민족인지를 좀 더 국제적으로 객관화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한국인은 거짓말쟁이’라고 말하는 것이 한국인에게 기분이 좋지 않을 수 있지만 그것을 아는 것은 의미가 있다. 이를 극복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위안부, 징용 문제에 대해 일본의 좌파와 한국의 좌파들이 연계해 왔고 결과적으로 양국 관계를 악화시키는 역할밖에 하지 못했다”며 “논쟁을 지속시켜 한국인들의 역사 인식을 문제삼아 가겠다. 연구자로서 희망을 갖고 있다”고 덧붙였다.

문예춘추는 이달 발간한 12월호에서도 ‘일한단절의 원흉, 반일종족주의를 추방하라’는 제목으로 한국의 역사인식을 비판하는 3편의 기고문을 실어 이 전 교수의 책을 홍보했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