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이 어떤 대답 내놓을지 최대 관심사
에스퍼 “한미훈련 조정, 한국과 긴밀히 협력”
에스퍼, 韓에 방위비 분담금 증액·지소미아 연장 계속 압박
마크 에스퍼 미국 국방부 장관은 13일(현지시간)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진전을 위해 한·미 연합군사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고 밝혔다고 AP통신이 보도했다. 에스퍼 장관은 그러면서 “우리는 외교적 필요에 따라 훈련을 늘리거나 줄이는 방식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무조건 한·미 연합훈련을 축소하겠다는 것이 아니라 북한의 태도에 따라 한·미 훈련을 조정할 수 있다는 뜻을 제시했다. 그러나 한·미 훈련 축소 가능성을 시사한 것은 의미심장한 제안으로 분석된다.
에스퍼 장관의 제의에 북한이 어떤 대답을 내놓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특히 이번 에스퍼 장관의 발언은 이달 중순으로 예정된 한·미 연합공중훈련에 앞서 나온 것이어서 더욱 주목된다.
에스퍼 장관은 15일 서울에서 열리는 제51차 한·미 안보협의회(SCM) 참석을 위해 한국으로 오는 비행기 안에서 기자들과 만나 “우리는 외교관들에게 권한을 줘 북한 비핵화 문제를 외교적으로 해결하는 데 열려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에스퍼 장관은 또 “우리는 한·미 군사연습이나 훈련 같은 것들을 늘리거나 줄이는 등 조정을 검토할 때 한국의 파트너들과 긴밀히 협력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또 “이것(한·미 훈련 조정)은 북한에 대한 양보가 아니라 외교의 문이 열려 있도록 유지하는 수단”이라고 설명했다.
에스퍼 장관이 한·미 훈련 조정을 시사한 것은 지난달 5일 스톡홀름 북·미 실무협상 결렬 이후 꽉 막힌 교착국면을 뚫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또 단거리 미사일 발사 등 북한의 추가도발을 막겠다는 포석도 있다.
에스퍼 장관은 또 한·미 훈련의 어떠한 변화도 군대의 전투 준비 태세를 위태롭게 만들지 않는 방식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역설했다. 이어 “2만 8000여명의 미군은 지금 당장이라도 북한과 싸울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이는 한·미 훈련 축소 가능성에 대한 일각의 우려를 의식한 조치로 풀이된다.
에스퍼 장관은 북한이 올해 말까지 시한을 정해놓고 미국에 새로운 계산법을 요구하는 것과 관련해 “나는 어떤 국가나 지도자가 무언가를 말하면 그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시험을 시작한 이후 한반도에서 조성된 긴장의 역사를 감안할 때 외교가 승리하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에스퍼 장관은 2017년 육군장관이 됐을 때 한반도에서 전쟁 위기가 고조됐던 상황을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우리는 (당시) 전쟁의 길에 있었다”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또 한국의 방위비 분담금 대폭 인상과 한·일 군사정보보호협정(GSOMIA·지소미아) 유지 등 트럼프 행정부의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방위비 분담금과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선 한국에 고강도 압박을 계속 가하겠다는 뜻을 감추지 않은 것이다.
그는 방위비 분담금과 관련해 미국이 현재 금액의 5배인 50억 달러(5조 8500억원)를 한국에 요구고 있는지에 대해선 구체적인 답변을 피했다. 에스퍼 장관은 “숫자는 말하지 않겠다”면서도 “아주 큰 증액”이라고 인정했다. 그는 “방위비 분담 증액은 미국이 전 세계적으로 추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에스퍼 장관은 지소미아 문제에 대해선 한국 측 카운터파트와 회의를 가질 때 미국의 우려를 전달할 것이라면서 한·일 논쟁은 북한과 중국을 돕고 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워싱턴=하윤해 특파원 justic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