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홍콩의 폭력 시위 조장 말라” 서방과 정면 충돌

입력 2019-11-13 19:17
시위를 진압하고 있는 홍콩 경찰.로이터연합뉴스

연일 수위가 높아지는 홍콩 시위를 둘러싸고 중국과 미국·EU 등 서방이 충돌하고 있다. 서방 정부와 언론이 시위대를 감싸며 중국 정부를 비판하자, 중국은 서방의 정치인과 언론이 ‘편파적’이라며 비난하고 나섰다. 미국 상원의 ‘홍콩 인권 민주주의 법안’ 처리를 놓고도 갈등이 증폭되고 있다.

12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미치 매코널 상원 공화당 원내대표는 이날 상원 연설에서 ‘홍콩 인권법’ 입법화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중국 중앙정부가 끊임없는 통제 욕구로 홍콩의 자치를 해치고 시위를 억압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매코널 대표는 자신과 동료 의원들이 중국에 압력을 가하는 동시에 홍콩에 대한 경제적 피해는 최소화하기를 원한다고 설명했다.

홍콩 인권법은 지난달 만장일치로 하원을 통과했고 상원 표결을 앞두고 있다. 법안은 미국이 매년 홍콩의 자치 수준을 평가해 관세나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에서 홍콩에 부여하는 특별지위 지속 여부를 결정하는 내용을 담았다.

법안에는 상원의원 100명 가운데 37명이 이름을 올려 쉽게 상원을 통과할 것으로 예상된다. 하지만 중국과의 무역합의를 앞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법안에 곧바로 서명할지는 미지수다.

이에 대해 겅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13일 정례브리핑에서 미 상원의 법안 심의 중단을 요구하며 “미국이 잘못된 방법을 이어간다면 중국은 온 힘을 다해 반격에 나설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의원들이 홍콩의 번영과 안정, 중국의 발전을 해치려는 목적으로 법안을 추진하고 있다며 “중국은 주권과 안보, 발전 이익을 결연히 수호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의회 뿐 아니라 미 정부와 유럽도 홍콩 시위와 관련해 중국을 계속 압박해왔다.

마이크 펜스 미국 부통령은 지난달 연설에서 중국이 홍콩의 권리와 자유를 축소하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홍콩 시위대에 대한 지지 의사를 밝혔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도 홍콩 민주화 운동의 주역인 조슈아 웡을 만나 시위 지지를 표명했다.

EU는 대변인 성명을 내고 “모든 사람이 자제력을 발휘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폭력과 무력사용, 시위의 근본 원인에 대한 종합적인 조사를 촉구했다.
시위대가 홍콩의 한 쇼핑센터에 있는 대형 크리스마스 트리에 불을 질러 검은 연기가 치솟고 있다.EPA연합뉴스

중국 매체들은 시위대를 감싸는 서방의 정치인과 언론을 집중 비난하고 나섰다.

관영 글로벌 타임스는 “일부 시위대가 홍콩의 일반 시위를 공격하고, 경찰의 총기를 빼앗으려 하는 등 폭력 수위를 높여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서구 매체들은 사실과 중립에 기반한 보도를 하지 않고, 정치적 필요에 따라 홍콩 경찰의 무자비한 진압 행위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시위대가 기차를 공격해 철도를 멈추고, 쇠몽둥이를 휘두르는 행위는 보도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관영 환구시보도 이날 사평에서 “서구 매체의 불공평한 보도는 시위대의 폭력 행위에 조장하고 있다”며 “홍콩은 중국의 일부분으로 홍콩의 어느 곳도 범죄 소굴로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