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저효율, 中 석탄사용… “대연합 없으면 기후재앙”

입력 2019-11-14 04:10
환경단체 활동가들이 지난 10월 22일 미국 뉴욕 대법원 앞에서 석탄연료 회사의 책임을 묻는 시위를 벌이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따른 기후위기를 우려하는 각국 정부의 ‘말’과 실제 이뤄지는 ‘정책’의 차이는 여전히 극심하다고 국제 에너지 감시기구가 비판했다. 재생에너지 사용을 늘리는 등 대처를 일부 하고 있지만, 훨씬 빠르게 증가하는 탄소배출을 막기 어렵다는 것이다. 특단의 대책을 지금 당장 실행하지 않는다면 결국 기후재앙에 직면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13일 ‘2019 세계에너지전망’ 보고서를 발표하며 “세계 각국 정부와 기업, 투자자들의 ‘대연합’이 없다면 매년 기록적으로 치솟는 탄소배출을 2040년까지 끝낼 수 없을 것이라 경고했다”고 영국 가디언이 보도했다.

IEA는 “최근 수년간 신재생에너지가 발전했지만 2018년 세계 에너지산업의 탄소배출량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며 “향후 재생에너지 산업의 성장이 급성장하더라도 2040년 이전에 에너지 분야에서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데는 충분하지 않다”라고 경고했다.

파티 비롤 IEA 사무총장은 탄소 배출을 억제함으로써 기후 위기에 대처하겠다는 ‘목표’와 이를 위한 ‘현재의 정책’ 간에는 “극심한 괴리”(deep disparity)가 있다고 지적했다. 즉 현재의 정책은 탄소배출을 끊임없이 늘리도록한다는 것이다.

IEA는 각국 정부들이 정책 결과를 볼 수 있도록 모델을 고안했다며 기후 위기와 관련한 3가지 정책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현재 시행 중인 ‘기존 에너지정책 시나리오’(The Current Policies Scenario), 기존 에너지정책에 더해 향후 도입·실행하겠다고 공표한 에너지정책을 반영한 ‘공표 정책 시나리오’(The Stated Policies Scenario), 마지막으로 IEA가 제안한 ‘지속가능한 개발 시나리오’(The Sustainable Development Scenario)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13일 '2019 세계에너지전망' 보고서를 발표했다. IEA는 각국 정부들이 스스로 정책의 결과를 볼 수 있도록 돕기 위한 모델을 고안했다며 기후 위기 관련 3가지 정책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현재 ‘기존 에너지정책 시나리오’(빨간색·The Current Policies Scenario), 기존 에너지정책에 더해 향후 도입·실행하겠다고 공표한 에너지정책을 반영한 ‘공표 정책 시나리오’(노란색·The Stated Policies Scenario), 마지막으로 IEA가 제안한 ‘지속가능한 개발 시나리오’(초록색·The Sustainable Development Scenario)다. 사진=IEA웹사이트 캡처

IEA는 ‘기존 정책 시나리오’가 지속될 경우 세계 에너지 수요는 2040년까지 매년 1.3%씩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2018년 2.3%보단 낮은 수준이지만 에너지 관련 탄소배출량을 끊임없이 증가시킨다. 이 시나리오에서는 탄소배출량이 20년간 매년 100만톤씩 증가한다. 이전 수십년간 증가 속도의 3분의 2 수준이지만, 파리기후변화협약의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턱없이 부족하다.

‘공표 정책 시나리오’에 따르면 세계 에너지 수요는 2040년까지 매년 1%씩 증가한다. 기존 정책 시나리오보다 연간 0.3% 포인트 낮다. IEA는 이 시나리오에서 글로벌 석유 수요는 2030년대에 정체기에 진입하고, 석탄사용량도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특히 탄소배출량 ‘순제로’(net zero)를 목표로 하는 일부 국가들은 전기에너지 등 청정에너지 분야에서 급속한 변화가 있을 것으로 봤다. 하지만 이 역시 세계 경제성장과 인구증가로 인한 영향을 상쇄하기엔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 ‘지속가능한 개발모델 시나리오’에 따르면 에너지 분야에서 배출되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2050년까지 10기가톤(또는 10bn 톤)으로 감소한다. 이를 위해서는 2050년까지 선진국은 탄소배출량을 연평균 5.6%씩, 개발도상국은 3.2%씩 감소시켜야 한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특히 ‘에너지 효율’을 개선하려는 노력이 실망스러운 점, 중국의 석탄사용 붐 등을 현재 정책의 문제로 지적했다. IEA는 정책입안자들이 탄소배출량을 줄이려 한다면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야 할 것이 에너지 효율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기후위기가 정치적 의제가 됐음에도 에너지 낭비를 줄이려는 노력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비롤 사무총장은 “현재 각국 정부의 계획은 기후재앙을 가져올 것”이라며 “파리협약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에너지 효율성, 재생 에너지 및 기타 모든 청정에너지 기술을 추진하기 위한 엄청난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전 세계가 위대한 정치적 의지를 보여야 한다”며 “이를 위해 세계 각국 정부와 투자자, 기업 그리고 진심으로 기후변화에 대처하기 위한 모든 사람들을 아우르는 대연합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권중혁 기자 gre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