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철수한 시리아 북동부 국경지대를 터키군이 침공하는 과정에서 친 터키 무장세력이 해당 지역에 살고 있던 쿠르드족 등 민간인을 공격했다는 영상 증거가 존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미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일부 미 군관료들이 지난 10월 터키의 쿠르드족 공격 당시 터키의 지원을 받는 아랍인 무장괴한들이 민간인을 학살하는 장면이 담긴 미군 드론 영상을 보고 이를 미군 사령관들에게 보고했다고 전했다. 이 사안에 정통한 미 전·현직 관료들은 “이들이 전쟁범죄의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사령관들에게 보고를 했다”고 말했다.
친 터키 무장세력이 시리아에서 저지른 4건의 전쟁범죄에 대한 미 국무부 내부 보고서에는 미군 감시 드론이 촬영한 2건의 사건 영상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민간인 학살 영상은 지난달 12일 쿠르드족 여성 정치 지도자인 헤르빈 카라프 등 민간인 9명이 시리아 북부 국경도시인 만비즈와 까미슐리를 연결하는 고속도로에서 친 터키 병력에게 잡혀 처형당한 다음날 촬영됐다. 미군은 친 터키 병력의 동태 및 철수하는 미군의 안전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처형 사건이 발생한 도로로 드론을 보냈다. 미 관료들은 “이 드론 카메라가 찍은 19초 분량의 동영상에는 친 터키 병력이 승합차 안에 있는 민간인을 사살하는 장면이 포착됐다”고 말했다.
이 영상을 직접 본 군 관료들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도로를 따라 내려가 주차돼 있는 승합차 인근에서 차를 세우는 모습이 영상에 담겨 있다”며 “이어 한 사람이 SUV에서 내려 승합차로 들어가는 장면이 나온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드론이 포착한 장면은 친 터키 병력이 쿠르드족 민간인을 살해했다는 증거”라고 덧붙였다.
제임스 제프리 미 국무부 시리아 담당 특사는 지난달 미 의회에서 “우리는 전쟁범죄로 간주되는 몇 가지 사건을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마크 에스퍼 미 국방장관은 그의 터키측 카운터파트에 문제 제기를 했으며, 미국 관료들은 터키가 전장에서 발생한 불미스러운 일에 책임을 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 군·외교 관계자들 중 일부는 터키가 친 터키 병력을 제지하도록 트럼프 행정부가 나서 더 많은 압박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WSJ는 “미군 드론 카메라에 포착된 장면은 친 터키 병력이 시리아에서 더 많은 전쟁범죄를 저지를지 모른다는 미 관료들의 우려를 트럼프 행정부가 앞으로 어떻게 다룰 것인지에 대해 광범위한 논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관료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과의 만남에서 이 같은 우려를 제기해야 한다고 압박하고 있으나 두 정상이 이 문제에 대해 논의를 할 것이라는 그 어떤 보장도 없는 상태”라고 덧붙였다.
이형민 기자 gilel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