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자 통한 간접거래’도 일감 몰아주기처럼 걸린다

입력 2019-11-13 17:03
공정거래법 23조 2항 보다 명확한 지침


앞으로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와 같은 직접 거래뿐 아니라 제3자와의 간접 거래를 통한 계열사 부당 지원도 부당한 이익제공 행위로 제재를 받게 된다. 일본 수출규제와 같은 기업 외부 요인으로 인해 불가피한 경우에만 내부거래가 허용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내용을 골자로 하는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 이익 제공 행위 심사지침’ 제정안을 오는 27일까지 행정 예고한다고 13일 밝혔다. 이번 지침은 재벌 총수 일가의 일감 몰아주기를 규율하는 공정거래법 23조 2항 규정을 보다 구체화하기 위해 마련한 것으로 2016년 제정된 ‘총수 일가 사익편취 금지규정 가이드라인’ 보다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특히 이번 지침에서 눈에 띄는 대목은 특수관계인(총수 혹은 친족) 회사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 행위’가 주체와 객체 사이 직접 거래뿐 아니라 간접 거래까지도 포함됐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효성 사건에서 드러난 것처럼 금융상품을 제3자가 인수하게 하고, 이 제3자와 별도 계약을 체결해 간접적으로 총수 일가에 이익을 몰아주는 행위도 제재 대상으로 명시된 것이다. 특수관계인 회사에 대한 정의도 특수관계인 지분이 상장회사의 경우 30%, 비상장회사는 20% 이상인 것으로 명확히 했다.

공정거래법 23조 2항의 조문 중 ‘상당히 유리한 조건의 거래’와 ‘합리적인 고려·비교 없이 상당한 규모로 거래’에 대한 기준도 보다 구체화됐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과 관련해 공정위는 자산·상품·용역 거래의 정상가격 산정기준을 해당 거래와 동일 사례에서 특수 관계가 없는 독립된 자 사이 거래 가격, 유사 사례에서 거래조건 등의 차이를 합리적으로 조정한 가격 등으로 제시했다. 다만 거래조건 차이가 7% 미만이고, 연간 거래총액이 50억원(상품·용역은 200억원) 미만인 거래에 대해서는 부당 지원 관련 심사를 면제하기로 했다.

‘합리적 고려·비교’와 관련해 공정위는 시장조사, 시장참여자의 제안서 제출, 합리적 사유에 따른 거래상대방 선정 등을 기준으로 내걸었다. 경쟁 입찰을 거치면 총수 일가의 부당 이익 지원 행위로 보지 않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도 일본의 수출규제나 경기 급변 등 회사 외적 요인에 따른 긴급 사업상의 필요에 대해서는 합리적 고려·비교 조항의 예외 조건으로 명시했다. 또 특수관계인 회사와의 거래 효과가 명백한 경우나 시장에 보급되지 않은 핵심기술의 보호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효율성과 보안성을 인정해 이 조항 적용 대상에서 제외키로 했다. 공정위는 아울러 최근 서울고등법원의 판례를 반영해 ‘부당한 이익 귀속이 입증되면 공정거래 저해성을 입증할 필요가 없다’는 수정된 규정을 추가했다.

정창욱 공정위 기업집단정책과장은 “이번 심사지침 공개를 계기로 일감 개방 문화가 확산, 경쟁력을 갖춘 중소·독립기업에 더 많은 기회가 돌아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세종=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