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유플러스가 업계 최초로 대용량 데이터를 제공하는 알뜰폰(MVNO) 요금제를 출시한다. MVNO 1위 사업자 CJ헬로의 헬로모바일 인수를 눈앞에 둔 상황에서 침체된 알뜰폰 시장을 활성화시키는 동시에 LG유플러스의 망 임대 사업자를 늘리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LG유플러스는 하루 5GB씩 매달 150기가바이트(GB)의 LTE 데이터를 제공하는 알뜰폰 요금제를 선보이기로 했다고 13일 밝혔다. LG유플러스의 ‘추가용량 걱정 없는 데이터 69’요금제를 기반으로 만든 이 요금제는 기본 제공데이터 소진 시에도 5Mbps 속도로 서비스를 무제한 이용할 수 있다. 음성통화와 문자서비스도 무제한이다.
알뜰폰 사용자는 이 요금제를 원래 가격보다 2만 원 이상 저렴한 4만 원대에 쓸 수 있을 것이란 관측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은 보통 이동통신사로부터 회선 사용료를 40~50% 할인된 가격에 받고, 이윤을 붙여 소비자에게는 20~30% 할인된 요금으로 서비스를 제공한다. LG유플러스의 LTE망을 임대 중인 20여 개 사업자는 이르면 이번 주부터 이 요금제를 출시할 수 있다. 스마텔과 여유 텔레콤을 비롯한 6개 사업자가 먼저 이 요금제를 선보일 것으로 예상한다.
LG유플러스 측은 요금제 출시 배경에 대해 “가입자 800만에 육박하는 알뜰폰 시장이 정체돼있어 알뜰폰 사업자가 활용할 수 있는 지원책을 줘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최근 이통사의 선택약정 할인율이 20%에서 25%로 확대되고 저가 요금제까지 등장하면서 알뜰폰 업계의 요금경쟁력이 약화됐고 시장 침체로 이어졌다. 이에 따라 선제적으로 인기 요금제를 지원해 알뜰폰 사업자들이 성장 동력을 얻을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또 지난 9월 기준 전체 이통망에서 LG유플러스의 점유율이 20%대인 반면 알뜰폰 시장에서는 LG유플러스의 망을 임대한 비율이 13% 수준에 불과하다는 점도 서비스 출시를 이끌어낸 요인이다. 알뜰폰 업계에서의 LG유플러스의 망 점유율 확대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LG유플러스는 이달 중 하루 2GB씩 월 60GB 데이터와 추가 11GB 데이터를 제공하는 선불 요금제 ‘정액선불 11GB+’도 출시할 계획이다.
이 같은 LG유플러스의 알뜰폰 활성화 행보는 CJ헬로 인수작업과 무관치 않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앞서 이통사인 LG유플러스가 알뜰폰 1위 사업자인 헬로모바일도 끌어안게 되면서 알뜰폰 산업이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LG유플러스는 우려를 불식시키고자 지난달 기본료 3만~4만원대 저가 알뜰폰 요금상품을 선보인데 이어 지난 9월 중소 알뜰폰과 공동 브랜드·파트너십 프로그램 ‘U+MVNO 파트너스’를 출범했다. 알뜰폰 업계를 대상으로 인기 단말 구매, 전략요금 상품 출시, 서비스 유통 확대 등을 위한 다양한 영업활동 지원책을 내놨다.
LG유플러스는 CJ헬로 알뜰폰 사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하고 다른 업계와도 상생해 알뜰폰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방침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승인 절차를 완료한 LG유플러스의 CJ헬로 인수 절차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판단만 남은 상태다. 과기정통부는 조만간 유료방송 인수합병(M&A) 심사위원회를 조만간 가동해 신속하게 심사할 방침이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