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강대강’ 대치…이달 체포자 500명 넘어, 11살 어린이까지

입력 2019-11-12 17:29
홍콩 시위대의 교통 운행 방해 시위로 지하철이 멈춰서자 시민들이 객차에서 내려 철로 위로 걸어 나오고 있다. AP뉴시스

경찰이 시위대에 실탄을 쏴 중태에 1명을 빠뜨리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홍콩 시위가 더 격렬해지고 있다. 시위대는 12일에도 지하철 운행 방해에 나서 출근길 교통대란이 빚어졌다. 이달 들어 체포된 시위자가 500명을 넘어서는 등 경찰의 강경대응 수위도 높아졌다. 중국 매체에선 인민해방군 투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명보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홍콩 시위대는 경찰이 실탄을 발사해 시위 참여자를 중태에 빠뜨린 사건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였다.

시위대는 아침 출근길에 철로 위에 돌과 철근 등을 던지거나, 지하철 차량과 승강장 사이에 다리를 걸치고 서서 차량 문이 닫히는 것을 방해했다. 이로 인해 동부 구간 일부 노선 등 홍콩 내 곳곳의 지하철 운행이 중단 또는 지연됐고 몽콕, 사이완호, 퉁충, 카이펑역 등 여러 지하철역이 폐쇄됐다.

사틴 역 인근에서는 시위대가 철로 위에 돌 등을 던지는 바람에 지하철 운행이 멈춰 수백 명의 승객이 객차에서 내려 사틴 역까지 걸어와야 했다. 승객 중에는 임산부도 있었다. 한 노인은 응급 구조요원이 제공한 산소마스크를 쓰고 역까지 걸어오기도 했다.
중국은행 시설을 부수고 있는 홍콩 시위대.AP뉴시스

전날에도 홍콩 시위대는 지하철 차량 내에 화염병을 던지거나, 지하철 차량 운전석 유리창에 쇠막대기를 꽂는 등의 방식으로 교통방해 시위를 했다. 운전사들이 시위대가 버스 유리창에 뿌린 페인트를 지우는 모습도 보였다.

경찰이 강경대응에 나서면서 이달들어 체포된 시위자 수도 눈덩이처럼 불어났다.홍콩 경찰은 지난주 시위 과정에서 불법 집회 참여, 공격용 무기 소지, 복면금지법 위반 등으로 체포된 사람이 266명에 달한다고 밝혔다.

체포된 사람 중에는 11살 어린이도 있었다.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가 시작된 후 가장 어린 나이에 체포된 사례이다. 최고령 체포자는 74세였다.

시위 현장에서 경찰이 쏜 실탄에 시위대가 맞아 쓰러진 전날에는 하루에 무려 260여명이 체포됐다. 지난주 체포된 266명과 전날의 260명을 합치면 526명으로 500을 훌쩍 넘어섰다.

지난 6월 초 송환법 반대 시위 시작후 지난달까지 경찰에 체포된 시위자의 수가 3000여명이었기 때문에 이달 체포자까지 포함하면 그 수가 3600명에 육박한다.

홍콩 경찰은 최근에는 쇼핑몰, 대학, 성당 등에 무차별적으로 진입해 시위대를 체포하는 등 검거작전의 강도도 높이고 있다. 경찰이 대학 내까지 진입해 검거작전을 펼치는 것은 송환법 반대 시위에선 처음이다.

중문대학 등은 경찰에 “자제력을 발휘해달라”고 했지만 “대학은 범죄자의 도피처가 아니다”라고 맞섰다. 사이완호 지역에서는 경찰이 성당 내에까지 진입해 주민들의 비난을 무릅쓰고 5명의 시위자를 체포했다.

천주교 홍콩교구는 성명을 내고 “성스러운 성당 내에 경찰이 진입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경찰의 강경 진압으로 인해 하루 부상자가 무려 99명에 달했고 부상자 중에는 83세 노인과 4개월 영아도 있었다.
멈춰선 홍콩대학 엘리베이터.AP연합뉴스

경찰이 쏜 총에 복부를 맞은 차우 모(21)씨는 병원에서 수술을 받은 뒤 상태가 ‘위중’에서 ‘심각’으로 낮아지며 안정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차우씨를 불법집회 혐의로, 사건 현장에서 함께 붙잡힌 우 모씨(19)는 강도 및 공격용 무지 소지로 각각 체포했다.

차우씨에게 권총을 쏜 경찰관은 인터넷상에서 신상을 털리고, 자녀들은 살해 위협을 받고 있다고 SCMP가 전했다. 경찰관의 신상정보는 그가 지난해 자녀 학교의 학부모회 회장 선거에 나갈 때 발표된 직업과 학력, 두 딸의 이름 등이다.
또 이 학교 졸업생과 학부모들은 해당 경찰관이 학부모회장으로 적절한지 묻는 항의서한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은 편지에서 “(발포는)냉혹함과 분별력 없음 등을 보여주는 용납할 수 없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한편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는 “시위대가 스쿨버스에 화염병을 던지고 지하철역을 훼손하고 있다”며 “도시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면 무장 경찰과 홍콩 주둔 인민해방군이 홍콩 경찰을 지원해야 한다”고 군 투입론을 다시 제기했다.

신문은 전날 홍콩 경찰의 실단발사에 대해 시위대 한 명이 경찰의 허리춤에서 총을 빼앗으려 하는 상황에서 다가오는 다른 시위자에게 실탄을 발사했다며 정당한 진압행위라고 주장했다.

베이징=노석철 특파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