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경쟁, 소비자들 지갑 활짝 열었다

입력 2019-11-12 17:19
11번가 제공

소비자물가 상승률 0%대를 형성하는 주요 요인 중 하나는 유통업계의 ‘가격 경쟁’이다. 업계는 ‘초저가’를 핵심 전략으로 삼고 대규모 할인 마케팅을 곳곳에서 펼치고 있다. 이달 진행 중인 블랙프라이데이 시즌에는 업체마다 ‘역대 최대’ 매출 성과를 내놓고 있다. 소비침체라는 진단이 무색할 정도로 소비자들의 반응은 열광적이다.

11번가는 지난 11일 24시간 진행된 ‘십일절’(11월 11일) 행사에 하루 거래액 1470억원을 넘어서며 역대 최대 성과를 기록했다고 12일 밝혔다. 지난해 같은 날 거래규모(1020억원)보다 44%나 증가했다. 1분당 1억2000만원 이상 판매된 셈이다. 이날 오전 9시부터 소비자들이 본격적으로 몰리면서 시간당 거래액 100억원을 처음으로 넘어서기도 했다. 이날 하루 11번가에서 제품을 산 소비자는 111만명으로 지난해 십일절 대비 38% 늘었다.

11번가는 2008년부터 매년 11월 11일에 행사를 해 왔고, 십일절이라는 명칭은 2014년부터 쓰이기 시작했다. 11월 1일부터 11일까지 대규모 할인 행사인 ‘십일절 페스티벌’을 펼친 건 2017년부터인데 올해 거래규모는 첫 해(640억원)보다 2.3배 증가한 셈이다.

십일절 페스티벌 기간 동안 초당 판매량이 가장 많았던 건 투썸플레이스 아메리카노 쿠폰이었다. 초당 67개가 팔리면서 4000장이 1분만에 매진됐다. 아웃백(30만장), 롯데리아(20만장), 파리바게뜨(16만장), 버거킹(13만장), 배달의민족 쿠폰팩(12만장) 등도 각각 10만장 이상 판매됐다.

이베이코리아 제공

G마켓·옥션·G9를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의 ‘빅스마일데이’ 행사도 12일까지 이어졌다. 빅스마일데이 첫 4일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2.2배 증가했다. 1~10일 누적 판매수량이 2700만개를 돌파하면서 사상 최대 실적이 예상된다. 이베이코리아는 올해 빅스마일데이 행사 기간을 하루 더 늘렸다.

이베이코리아 김태수 본부장은 “지금까지 빅스마일데이 행사 성공에 힘입어 올해는 기간을 하루 더 연장해 12일까지 진행한다”며 “합리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특가 상품을 엄선한 만큼 마지막 날까지 뜨거운 반응을 얻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이마트의 상시 초저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도 반응이 좋다. 이마트가 지난 8월 1일 출시한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의 매출을 분석한 결과 와인 84만병, 물티슈 130만개, 생수 340만병(56만 묶음) 등의 판매기록을 보였다.

8월 1일 에브리데이 국민가격 1차 상품으로 선보인 도스코파스 와인 750㎖ 2종은 4900원에 출시돼 100일 만에 84만병이나 판매됐다. 초저가 와인 구매자의 55%는 최근 6개월 동안 이마트에서 한 번도 와인을 산 기록이 없었다. 가격 장벽이 있던 와인이 값을 낮추자 신규 고객이 유입된 것이다. 이마트는 도스코파스 와인 준비 물량의 42%가 3개월여만에 소진되자 총 100만병의 물량을 추가로 요청했다.

8월 29일 출시된 100매 700원짜리 초저가 물티슈는 70일 만에 130만개가 팔렸다. 연간 준비 물량 500만개의 26%가 빠른 속도로 소진됐다. 지금까지도 매주 10만개 이상 판매되면서 이마트에서 물티슈 부문 매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9월 19일 출시한 이마트 국민워터 생수도 2ℓ 6병을 1880원에 내놓았는데 출시 50일 만에 56만세트가 팔렸다. 같은 기간 이마트에서 판매하는 2ℓ생수 1~4위 브랜드 상품 수량을 합한 것 보다 14%가량 많은 물량이다.

최훈학 이마트 마케팅 담당은 “상시 초저가 에브리데이 국민가격이 꾸준한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저렴한 가격과 더불어 우수한 상품성이 뒷받침되기 때문”이라며 “유통구조 혁신을 통해 고객과 협력회사가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상시 초저가 상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말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