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정부 주관으로 열리는 공공행사인 ‘벚꽃 나들이 모임’을 자신의 후원회 행사로 전락시켰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야권은 국회 차원의 공동 진상조사팀을 꾸려 추궁하겠다는 입장이다.
‘벚꽃 나들이 모임’은 1952년부터 매년 각계에서 업적을 남긴 인물들의 공로를 위로하기 위해 정부가 주관하는 행사다. 총리가 매년 4월 도쿄 도심 공원인 ‘신주쿠 교엔’에서 연다. 초청 대상은 일본 정부의 행사개최 규정에 명기된 왕실 인사, 국가유공자, 국회의원, 각국 외교사절, 언론인 등 광범위하다. 총리는 참석자들에게 인사말을 하고 건배를 제의한다. 원하는 참석자들과는 기념사진을 찍기도 한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인 2011년 등을 극소수 사례를 제외하고는 거의 해마다 열린 이 행사가 논란이 된 것은 아베 총리의 집권 이후 행사 규모가 대폭 커지고 초청 대상자에 아베 총리의 후원회 인사들이 대거 포함됐기 때문이다.
도쿄신문 등에 따르면 원래 초청 대상자는 약 1만명 정도이지만 아베 총리의 2차 집권 2년 차에 해당하는 2014년 행사부터 참석자가 매년 500~1000명씩 늘었다. 올해 행사에는 1만5400명이 초청됐는데, 동반자까지 포함하면 1만8200명이 행사 참석했다. 이 때문에 1700만엔 정도였던 예산이 2014년 이후 매년 늘어나 올해는 5500만엔을 지출했고, 내년에는 5700만엔이 요구된 상태다.
그런데, 늘어난 참석자의 상당수가 아베 총리의 지역구인 야마구치현 후원회 관련 인사들이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실제로 이 행사 전날 야마구치현 후원회 모임이 도쿄에서 매년 열렸는데, 이들이 전세버스를 타고 단체로 다음날 벚꽃 나들이 모임에 참석했다. 이같은 사실은 도모다 다모쓰 야마구치현 의원 등 여러 후원회 멤버들의 블로그 등을 통해 밝혀졌다. 다무라 도모코 공산당 참의원 의원은 “올해 행사 때는 약 850명이 전세버스 17대에 나누어 타고 신주쿠 교엔으로 이동했다는 정보가 있다”고 밝혔다.
야당인 입헌민주당과 국민민주당은 공산당과 함께 진상조사팀을 발족해 아베 총리의 공직선거법 등의 위반 여부를 따질 방침이다. 오치아이 다카유키 입헌민주당 의원은 “초대된 이유가 불명확하면 공직선거법 위반에 해당된다. 참가자 선정과정을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일본 유신회’를 이끄는 하시모토 도루 전 오사카 시장은 “서민 대상으로 소비세 증세를 해놓고 정부가 이런 행사를 하는 것은 말이 안된다”면서 “이렇게 불필요한 예산이 들어가는 행사는 당장 없애는게 맞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연립여당인 공명당의 야마구치 다쓰오 대표는 이날 기자들에게 “야당도 과거 정권을 잡았을 땐 그렇게 했었다”면서 야당의 비판을 반박했다.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도 정례 기자회견에서 “각 부처의 의견을 폭넓게 취합해 초대 대상자를 결정해 왔다. 지금까지 과정에 문제는 없었다”면서 이 행사가 아베 총리의 후원 행사로 전락했다는 야당의 지적에 항의했다. 다만 스가 장관은 앞으로 초대 대상자의 기준을 명확하게 하겠다는 계획을 시사했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