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온라인 동영상 스트리밍(OTT) 시장이 넷플릭스 등 글로벌 업체의 성장으로 빠르게 재편되고 있다. 북미 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디즈니 플러스도 호시탐탐 국내 시장을 노리고 있어 잠재적 위협으로 떠오른다. 하지만 토종 서비스인 웨이브는 지난 9월 출시 이후 콘텐츠 부족과 기존 혜택 감소 등을 이유로 사용자들의 질타를 받고 있어 개선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앱 리테일 분석서비스 와이즈앱은 지난달 넷플릭스 한국인 유료이용자가 200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12일 밝혔다. 지난해 2월 불과 40만명 수준이었던 유료이용자 수가 1년 8개월 만에 5배가량 크게 늘어난 것이다. 앱스토어·구글플레이에서 결제한 내역을 분석한 결과 넷플릭스의 월 결제액은 260억원에 달했다. 넷플릭스 유료이용자 1인당 월 평균 1만3000원을 지불한 셈이다.
주목할 부분은 전체 유료이용자 가운데 20~30대가 69%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20대 38%, 30대 31%, 40대 18%, 50대 이상이 13%로 나타났다. 젊은 층을 중심으로 넷플릭스가 안방극장을 빠르게 잠식하고 있음을 전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런 가운데 굴지의 콘텐츠 기업 디즈니도 12일(현지시간) 미국, 캐나다, 네덜란드에서 OTT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선보였다. 디즈니플러스에서는 디즈니 콘텐츠는 물론 마블, 픽사, 스타워즈, 내셔널지오그래픽 등 인기 콘텐츠를 한 달에 6.99달러(약 8150원)에 무제한 시청할 수 있어 출시만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위협적이라는 평가다. 뉴욕타임즈는 디즈니플러스가 7주 안에 가입자가 최소 800만 명, 5년 내에 76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다.
디즈니는 내년 3월부터 영국, 독일, 이탈리아, 스페인, 프랑스 등의 유럽에서도 디즈니플러스 서비스를 시작한다. 국내 상륙 계획을 공개하지는 않았지만 만약 현실화될 경우 OTT시장에서의 주도권 경쟁이 한층 치열해질 것이란 전망이다. 어벤저스, 겨울왕국 등 탄탄한 콘텐츠 라인업을 보유한 디즈니플러스의 인기가 국내에서도 충분히 통할 것이란 관측이다.
한편 SK텔레콤과 지상파 3사가 지난 9월 옥수수(oksusu)와 푹(POOQ)을 통합해 출시한 국내 OTT 웨이브의 경우 기존 사용자들의 유입을 바탕으로 국내 OTT앱 중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사용자들의 불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모바일 빅데이터 기업 아이지에이웍스에 따르면 웨이브는 9월 월간 사용자(MAU)가 264만명을 기록해 217만명인 넷플릭스를 웃돌았다.
이용자들은 웨이브가 제공하는 서비스가 넷플릭스나 옥수수보다 각각 콘텐츠·혜택 면에서 부족하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 옥수수에서는 무료 영화 콘텐츠가 제공됐던 반면 웨이브에서는 추가 결제를 요구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출시 두 달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해도 여전히 넷플릭스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콘텐츠도 사용자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다. 이 외에도 끊김 현상이나 앱이 제대로 구동되지 않아 안정성이 낮다는 점, 광고가 늘어났다는 점 등도 지적됐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현실에 맞는 콘텐츠 투자 전략이 국내 OTT의 생존과 직결된다고 입을 모은다. 기존 지상파 방송채널을 스트리밍하고, VOD 형태로 제공하는 단순한 서비스 방식으로 생존이 어렵다는 점을 인식해야 한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투자 규모로는 글로벌 서비스와 경쟁 자체가 어려운 만큼 콘텐츠의 양보다 질에 중점을 두고 수급 전략을 짜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훈 기자 hunh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