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의 ‘십 리도 못 가서 발병 난다’는 노랫말은 ‘쇼미 더 머니’에서도 못 나올 펀치 라인(중의적 가사)이에요. 민요에 보편적 정서는 물론 훅송 같은 요소까지 두루 담겨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룹 MFBTY의 래퍼 타이거 JK는 이 같은 민요 예찬론을 펼쳤다. 12일 서울 마포구 MBC에서 열린 라디오 방송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 30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였다. 이날 발매된 기념 음반에서 MFBTY는 아리랑을 트렌디하게 재해석한 ‘되돌아와’를 불렀다.
‘우리의 소리를 찾아서’는 시민들에게도 민요의 의의를 전하는 뜻깊은 방송으로 여겨져 왔다. 라디오 민요취재팀이 1989년부터 8년간 전국 900여 마을을 돌며 채록한 1만8000여곡의 토속 민요에 간단한 해설을 곁들인 프로그램으로 하루에 3번, 40초간 방송되고 있다.
기획자는 민요해설가인 최상일 MBC 전 PD. 최 전 PD는 “급속한 산업화로 사라져가는 우리 소리를 기록하자는 마음이 30년이란 시간으로 이어졌다”며 “매번 고고학자가 보물을 발견하는 느낌이었다”고 소회를 전했다.
‘북제주 갈치 잡는 소리’ 등 삶의 일부였던 민요엔 선조들의 깊은 정서가 배어있다. 민요 채록은 역사를 보존·계승하는 중요한 행위이기도 하다. 이런 노력을 인정받아 프로그램은 지난해 세종문화상 단체부문에서 대통령 표창을 받았다. 오는 21일엔 서울 종로구 창덕궁 인근에 서울시와 함께 준비한 민요박물관이 개관한다.
이 박물관의 초대 관장을 맡게 된 최 전 PD는 앞으로 민요의 ‘재발굴’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타이거JK 등 가수들과의 협업도 그런 맥락이었다. 최 전 PD는 “이젠 많은 민요 가창자분들이 돌아가셨을 것”이라며 “민요는 자체로 아름다운 작품이다. 집대성된 민요와 음악 문학 미술 등 예술가들의 상상력이 만나 다양한 모습으로 사람들을 만났으면 한다”고 했다.
강경루 기자 roo@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