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건 군인은 뭘 먹나”… 군대 내 채식주의 보장 인권위 진정

입력 2019-11-12 15:04 수정 2019-11-12 15:11
녹색당과 시민사회단체들이 12일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 앞에서 군대 내 채식선택권 보장을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연합뉴스

시민단체들이 군대 내 단체 급식에서 채식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라며 국방부 장관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을 제기했다.

녹색당과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동물권행동 카라 등 30여개 시민사회단체는 군 입대를 앞둔 진정인 4명과 함께 12일 서울 중구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군대 내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는 정책을 마련하라”고 국방부에 촉구했다.

이들은 “채식주의는 단순한 기호가 아닌 동물 착취를 하지 않겠다는 신념이자 양심”이라며 “채식선택권 보장은 채식인들의 행복추구권과 건강권, 양심의 자유 등과 결부돼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비건 채식인들에게 다른 선택지가 주어지지 않는 군대 내 식단은 그 자체로 심각한 신체적, 정신적 고통”이라며 “육식이 사실상 강요되는 군대 환경으로 인해 자신의 양심과 신념을 위협받는 채식주의자를 위해 군대 내 채식선택권을 보장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 “채식선택권은 학교나 군대, 교도소와 같은 공공 급식에서 비육류 메뉴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라며 “비건 채식주의는 단순 채식에 대한 선호 현상이 아닌 동물 착취를 하지 않겠다는 신념과 이런 양심적 삶에 대한 실천이자 운동”이라고 설명했다.

시민사회단체에 따르면 육류를 먹지 않는 사람이 논산 육군훈련소에서 훈련을 받을 경우, 28일 식단 중 평균 8.6일은 쌀밥과 반찬 하나만 먹을 수 있다. 13.6일은 쌀밥만 먹을 수 있으며, 1.6일은 굶어야 한다. 이틀은 반찬 한 가지만 먹을 수 있다.

내년 초 입대를 앞둔 진정인 정태현씨는 “군 복무 기간에 채식주의를 실천했던 군인들은 정상적인 식사를 하지 못한 채 훈련을 받고 정신적 스트레스와 무기력, 우울증에 고통스러워했다”며 “국방의 의무를 다할 때 건강하게 먹을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

앞서 인권위는 2012년 교도소에 복역 중인 채식주의자가 제기한 진정사건에서 “채식주의에 대한 일관된 행동과 엄격한 수용생활 태도는 양심에 근거한 것 외에 달리 보기 어렵다”며 헌법상 보장된 양심의 자유를 국가행정 차원에서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한 바 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녹색당 김보라 조직팀장은 “녹색당에서 채식권 보장을 요구하는 헌법소원심판청구를 준비하고 있다”며 “내년 초 ‘모든 공공 급식에서의 채식할 권리를 보장해야 한다’는 내용의 헌법소원을 제기해 공공 급식에서 채식권을 보장하기 위한 법적 근거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