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M&A 77% ‘계열사’ 합병… “벤처·해외기업 인수 활성화돼야”

입력 2019-11-12 14:55

최근 3년 간 국내 상장 기업의 인수·합병(M&A) 사례의 절반은 계열사를 상대로 한 거래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기업의 계열사 M&A 비중은 77%에 달했다. 벤처기업 등 비 계열사 M&A에는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경향을 보였다.

금융감독원은 2016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상장사 M&A 거래 건수가 992건, 거래금액은 86조3000억원으로 집계됐다고 12일 밝혔다. 시장별로는 코스닥이 65.5%, 코스피가 30.8%였다. 업종별로는 제조업이 48.3%으로 가장 많았고 비제조업 39.7%, 금융업 12.0% 등이 뒤를 이었다.

이 기간 이뤄진 상장사 M&A 992건 가운데 분할(132건)과 기업인수목적회사(SPAC·스팩) 합병(48건)을 제외한 812건을 보면 ‘계열사 간 M&A’가 402건(49.5%)에 달했다. 특히 자산총액 5조원 이상의 대기업집단은 계열사 M&A 비중이 76.2%으로 집계됐다. 그룹 내부의 구조개편 수단으로 M&A를 이용한 것이다.

국내 기업은 해외기업을 상대로 한 M&A에도 소극적이었다. 전체 주식·영업 양수도 거래 건수의 11% 수준에 머물렀다. 다만 일부 대기업은 해외기업 등 비계열사 M&A에 나서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2016년 미국 대형 전장기업 하만을 80억 달러(약 9조2000억원)에 사들였다. 당시 국내 기업의 해외기업 M&A 가운데 최대 규모였다.

금감원은 “M&A를 통해 우리 경제에 역동성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계열사가 아닌 외부기업 상대 M&A가 활성화돼야 한다”며 “특히 벤처기업 등 신성장동력 육성을 위해 자금력과 노하우 등이 풍부한 대기업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양민철 기자 liste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