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학교로 전학 오면 집을 공짜로 드리겠습니다!”
전남 화순의 작은 시골 학교인 아산초등학교는 전교생이 27명이다. 그마저도 내년 초 새 학기가 밝으면 6학년 10명이 졸업하고 신입생 2명이 들어와 19명으로 준다. 학교는 늘 통폐합 위기에 처해있었다. 근근이 폐교만을 면해온 지도 꽤 됐다. 그래서 학교는 ‘집을 주겠다’는 파격 제안을 생각해냈다.
아산초는 광주시에서 차로 40~50분, 화순군 읍내에서 약 1시간이 걸리는 곳에 있다. 외진 학교로 전학 오는 학생이 없을뿐더러 마을 출산율이 오르지 않아 학생 수를 늘릴 방법이 거의 없다. 이미 주변 4개 분교와 통폐합돼 화순 북면 인근 22개 마을에서 학생들이 통학하고 있다. 현재 등·하교 때마다 통학버스 2대가 마을 곳곳을 돌며 아이들을 태운다.
이같은 상황을 이겨내기 위해 ‘주택 무상 제공’ 제안을 내놓은 건 김경순(60) 교장이다. 김경순 교장은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새로운 가족용 관사를 지으면 학생들이 오지 않을까 생각했다”며 대책안을 마련한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도시 분들이 바쁜 생활 속에 지쳐있어 시골을 많이 선호한다”며 “그런데 막상 오면 주거 환경이 열악해 다시 되돌아가더라”고 말했다.
이어 “전학생이 많이 몰릴 경우에 대한 대비도 지역민들과 이야기가 된 상태”라며 “면에 놀고 있는 관사를 리모델링해 학생들과 가족들을 유치하겠다는 약속까지 받았다”고 설명했다.
현재 학교는 빈 관사를 철거한 뒤 66㎡ 규모의 단층건물 2가구를 만들어 다음 달 완공을 앞두고 있다. 화순교육지원청이 학교 내 관사 부지와 철거비 약 1억원을 제공했고, 화순군이 약 2억8000만원의 건축비를 냈다.
이곳으로 이사 오는 가족들이 내야 할 임대료 등은 없다. 학교 급식과 우유 제공도 모두 무상이다. 방과 후 교육은 오후 5시까지 지원되며 이 역시 별도의 교육비가 없다. 김 교장은 “2년에 한 번씩 해외 진로 체험도 가는데 100% 무료로 지원되고 있다”며 “댐 수몰지역이라 인근 학교들도 함께 지원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사 오는 가족들은 초등학생 자녀가 졸업하고 중학교에 다니는 동안에도 이곳에 거주할 수 있다. 학부모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졸업 후에도 일정 기간 거주 공간을 제공하겠다는 것이다. 더욱이 아산초에서 1㎞ 떨어진 곳에 화순 북면 중학교가 있어 지역 교육 개선의 선순환을 기대할 수도 있다.
학교 측에 따르면 현재 수도권과 광주, 순천 등 도시에서 전학 상담이 이어지고 있다. 유치원생과 초등생 쌍둥이를 둔 광주의 한 가족은 이미 이사를 예약한 상태다.
아산초는 지난해부터 4년간 전남형 혁신학교인 ‘무지개학교’로 지정됐다. 100대 교육과정 최우수 학교로 선정돼 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상을 받기도 했다. 2022년에는 개교 100주년을 맞는다.
문지연 기자 jymo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