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순당 갑질 사건’ 대법서 파기환송… “영업비밀 누설 다시 판단해야”

입력 2019-11-12 10:15

도매점에 매출 목표를 강제로 할당하고 도매점 영업정보를 무단으로 사용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진 국순당 임원들의 ‘갑질 영업’ 사건이 대법원에서 파기환송됐다. 대법원은 하급심에서 유죄로 본 영업비밀 누설 혐의에 대해 무죄 취지로 판단하고 사건을 돌려보냈다.

대법원 3부(주심 김재형 대법관)는 부정경쟁방지 및 영업비밀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과 업무방해 혐의 등으로 기소된 배중호 대표 등의 상고심에서 ‘영업비밀 누설 유죄’ 부분을 파기하고 사건을 서울중앙지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배 대표 등 국순당 임원은 2008~2010년 도매점들에 매출목표를 할당하고 매출이 저조한 도매점에 대해선 일방적으로 계약을 끊거나 전산시스템 접근을 막는 등 도매점들의 영업을 방해한 혐의로 기소됐다. 국순당의 구조조정 계획에 반발하는 도매점들의 거래처·매출에 관한 정보를 경쟁 관계에 있는 자사 직영점에 넘겨 영업비밀을 누설했다는 혐의도 받았다.

1·2심의 주된 쟁점은 업무방해죄였다. 1심은 국순당이 도매점들에 매출 목표를 할당하고 이를 채우라고 강요한 것만으로도 업무방해죄가 성립한다며 배 대표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은 “업무방해죄가 성립하려면 처벌 대상이 될 정도의 위력이 있어야 하는데 이를 인정하기 어렵다”며 1심보다 형량을 낮춰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대법원은 업무방해죄에 대해선 원심의 판단을 유지했다. 반면 하급심에서 모두 유죄로 판단한 영업비밀 누설 혐의는 다시 심리해야 한다고 봤다. 대법원은 영업비밀 누설죄가 성립하려면 객관적으로 해당 정보가 비밀로 유지·관리돼야 하는데 국순당이 자사 직영점에 넘긴 도매점들의 영업정보를 ‘비밀’로 볼 수 없다고 판단한 것이다.

대법원은 “도매점장들은 국순당이 도매점 전산시스템을 통해 거래처 정보, 매출 정보 등을 관리해온 것을 인식했는데도 이의를 제기하지 않았으므로 이 사건 정보를 비밀로 유지․관리할 의사가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며 “도매점장들이 피고인 회사에 이 사건 도매점 전산시스템의 관리를 사실상 위임한 것으로 볼 수 있으므로 피고인 회사와 그 직원들 사이의 관계에서는 비밀관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배 대표 등이 신의 성실의 원칙에 따라 도매점들의 정보를 경쟁 조직에 공개해선 안 될 의무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 자체로 해당 정보들의 비밀관리성을 판단하기는 어렵다”고 덧붙였다.

박상은 기자 pse0212@kmib.co.kr